
구로사와 기요시는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그가 만든 영화 , 등은 도시의 보이지 않는 공포를 오감으로 극대화했다. 시미즈 다카시, 나카다 히데오가 현실에서 저승을 감지하며 공포를 추출했다면, 구로사와 기요시는 현실 세계의 평범한 풍경에 기묘한 공기를 불어넣어 관객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2008년 는 그의 새로운 정점이었다. 경기 침체와 실업난, 가정불화와 사회의 우경화 등으로 뒤죽박죽인 도쿄의 2008년을 구로사와 기요시는 공포 장르의 관습적인 기법으로 표현했다. 일상의 불편한 순간들이 의미도, 이유도 불분명한 미스터리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미나토 카나에의 세계가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와 만난다. 사회 불안의 요소를 인간 군상의 복잡한 심리로 풀어내는 미나토 카나에의 소설은 구로사와 기요시 세계의 재료를 모두 갖췄다. 불가해한 세상의 이면이 구로사와 기요시에게 공포라면, 미나토 카나에는 그 풍경을 개별 인물의 고백, 심리로 늘어놓는다. 사전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도 구로사와 기요시는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을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주했다.
화제의 소설가와 영화계 거장의 만남

1회에서 아오이 유우는 15년 전 사고 현장을 목격한 공포에 남자를 멀리한다. 주선에 의해 결혼을 할 때까지 초경을 맞지 못했다. 막연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15년간 그녀의 성장을 지체시킨 셈이다. 여기서 아오이 유우는 무표정의 차가운 소녀 ‘프랑스 인형(bisque doll)’의 상징물이다. 이렇게 네 명의 여성이 각자 말 못할 아픔과 짐을 지고 살아간다. 어쩌면 는 한 소녀의 죽음을 통한, 그리고 네 여성의 삶으로 들여다본 ‘세상의 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번 드라마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분명 드라마는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지만, 재료들이 그의 구색에 맞다. 화제의 소설가와 영화계 거장의 감각이 만났다. 2012년 일본열도가 또 한 번 놀랄지 모른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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