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가자만큼이나 중요한 심사위원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심사평은 LA 예선 때 음을 전혀 못 맞추는 참가자에게 ‘한 번 악기에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어울릴 것 같다’고 해준 타이거 JK의 조언이었습니다. 아마 다른 예선이었다면 ‘썩소’와 힐난만 잔뜩 받은 채 퇴장했겠지만 이 여성 참가자는 운이 좋아 또 다른 꿈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거든요. 이런 타이거 JK의 영향인지 LA 예선의 분위기는 유달리 훈훈했습니다. 독설을 날릴 것으로 기대되었던 서인영 조차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었거든요. 그렇다고 칭찬만 난무했던 것도 아니고 합격이 남발되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첫 무대에선 혹평을 받았지요
이미 독설 심사위원으로 정평이 난 이승철 씨의 발언 중 공감이 가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합격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들을 하는 거다. 불합격이면 안 했을 거다’라는 얘기에요. 이처럼 다음 단계를 위해 고칠 점들을, 그래서 더 나아질 부분들을 짚어주기 위한 조언이라면 아무리 가슴 아픈 독설이라 해도 약이 되지 않겠어요? 그게 아닌, 단지 꿈을 포기시키기 위한 신랄한 독설은 지나친 오지랖이란 생각이 듭니다. 꿈을 안고 수년 간 달려온 이에게 너의 노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으니 노래방에서나 써먹으라는 식의 심사평이 무슨 도움이 될까요. 문득 예전 MBC 에 심사위원으로 나오셨던 양희은 씨가 생각나네요. 평소 지니신 분위기로 봐서 폐부를 찌르는 무시무시한 심사평으로 뭍 참가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리라 짐작했는데 의외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한 따뜻한 조언을 해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심사위원 여러분, 부디 사이먼 코웰만 롤 모델로 삼을 게 아니라 양희은 씨의 심사평도 기억해주시길 바래요. 그리고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첫 무대에 점수를 매겼던 심사위원들도 다시금 떠올려 보시길 바라옵니다. 거기에 역지사지까지 추가해주신다면 금상첨화이겠고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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