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엄마를 부탁해>│가슴 미어지는, 그 이름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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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도 자식들은 엄마를 잃어버린다. “조용히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엄마”라며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말라”고 자식들을 에둘러 위로하지만, 그들의 심장엔 거대한 구멍이 뚫려버렸다. “엄마한테도 엄마가 있었냐”는 딸의 이야기를 그저 웃음으로 넘어갈 수 없는 이 시대 불효자들을 위한 신경숙의 2009년 소설 가 연극이 되어 무대에 오른다. 이번 연극은 브라운관에서 더 자주 만났던 정혜선, 심양홍, 길용우가 각각 엄마와 아버지, 장남 영철을 맡았고 연극계의 서이숙이 장녀 지연을, 노장 백성희가 외할머니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슴 미어지는, 그 이름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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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극 는 많은 창작자들이 인생의 드라마로 꼽는 MBC 의 고석만 감독이 무대연출을 맡고, 그간 굵직한 작품을 만들어온 고연옥 작가가 각색 작업을 맡았다. 작년 한해 엄마를 순종과 희생의 아이콘으로 그린 연극 과 뮤지컬 등과 달리 는 21세기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자신의 뜻은 쉽게 꺾지 않는 모습과 가족이 아닌 타인을 통해 위로받는 모습 등 한 여자의 얼굴을 그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15개국으로까지 퍼지고 있는 의 무대언어는 3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음은 원작자인 신경숙 작가와 주요 스태프, 출연진이 함께한 공동인터뷰 내용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모성은 정치이념 상관없이 서로가 끌어안는 것”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슴 미어지는, 그 이름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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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엄마를 부탁해>│가슴 미어지는, 그 이름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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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이자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관람했을 텐데, 전체 공연을 본 소감이 어떤가.
신경숙 : 제3의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경우엔 원작사용을 허가하는 결정까지 깊은 고민을 하지만, 결정되고 난 이후엔 연출과 배우들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레는 기분으로 함께 봤는데, 직접 소통하는 무대로 내용이 옮겨지니 소설보다 메시지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소설과 달리 인물들도 장면 장면 펼쳐지다보니 큰 작품처럼 느껴진다. 는 엄마의 이야기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내 손보다 더 잘 표현된 부분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는데, 공연을 보는 중간 중간 수면에 가라앉아있었던 것들이 치솟는 경험을 했다. 차마 바라볼 수 없는 순간들도 있었다.

특별히 소설을 연극화하는 것에 있어서 스태프들에게 따로 주문했던 부분이 있나.
신경숙 : 사실은 처음에 연출가와 작가를 만나러 갈 때 주문을 많이 하려고 생각하고 갔었다. 그런데 20분 만에 두 분이 말씀하시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대신 한 가지 주문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기존 엄마를 주제로 한 작품들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는 작품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엄마 역을 맡아왔던 정혜선이 연극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연극과 타 장르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정혜선 : 엄마는 다 똑같다. 드라마와 영화를 자주 했지만, 연극의 엄마라고 특별하게 다른 점은 없다. 단지 연극무대는 내 육성으로 진행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객석 끝까지 대사가 들리게 하기 위한 테크닉 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본질은 모두 같다.

아무래도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엄마’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인 만큼 연습하거나 공연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서이숙 : 엄마는 누구나 생각하면 미어지는 존재이지 않나. 그래서 최대한 그 감정에 이입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주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연출님도, 다른 배우들도 너무 울고 있어서 울 수가 없었다. (웃음)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엄마와 관련된 작품을 하면서도 솔직한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나 스스로가 참 나쁜 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품 자체의 힘이 저절로 그러한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일부러 감정이입 하지 않고 많이 절제하려고 하고 있다.
길용우 : 엄마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 지연인 서이숙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항상 운다. 나도 효자는 못되지만 관객들이 를 보고 한번이라도 더 자주 전화하고 찾아가는 일들이 생겨난다면 큰 보람이 될 것 같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슴 미어지는, 그 이름은 엄마
│가슴 미어지는, 그 이름은 엄마" /> 고연옥 작가의 경우 그동안 남성들의 세계를 그린 작품을 많이 썼는데, 기존 작품들에 비해 유하면서도 베스트셀러인 작품을 각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고연옥 : 처음엔 왜 나를 각색자로 추천했는지 많이 난감해했다. 하지만 엄마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남은 이들의 현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느냐에 대한 부분에 매료되었다. 엄마의 실종은 상징적이다. 그래서 원작 속에 있는 수많은 상징적 요소들을 구체화시킨다면 원작의 향기를 살리면서도 완결성 있는 무대언어로 치환이 가능할 것 같았다. 또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고석만 연출가 역시 그동안 MBC , 등의 굵직한 드라마를 연출해왔다. 이번 작품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고석만 : 작년 4월에 연출의뢰를 받았는데, 고연옥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왜 의뢰를 하였는지부터 생각했다. 를 연극으로 한다는 것부터가 공연계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현재 상업적인 부분도 많지만 정통 연극이 얼마만큼 뿌리 깊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한국의 문화가 달라진다는 점을 착안해 연극화작업을 해온 것이라 알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감각과 언어, 채취가 함께 연극계에 융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에게 의뢰한 것 같다. 나로 인해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 몸이 바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소설과 달리 연극만의 매력은 어떤 게 있나.
고석만 : 우선 어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는 너무 많이 울어서 객관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웃음) 신경숙 작가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무대를 통해 어떻게 사회적 리얼리즘으로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외에도 신경숙 작가의 다른 몇 편의 작품들에서 관통되는 이야기 몇 개를 더 끌어왔다. 그래서 보다 더 탄탄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어머니에 대한 최근 콘텐츠의 공통분모는 무조건적인 희생과 순종이었고, 모성이 무조건적인 것처럼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류공통의 언어가 있었다. 그건 바로 서로가 끌어안는다는 것이고, 그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모성이라고 생각한다. 모성도 시대에 따라 단계가 달라지고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이 시대의 엄마를 다시 조명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의 ‘엄마’는 인류구원적 차원으로의 모성으로 그리고 있다.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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