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런 시아버지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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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어릴 때 제가 극성을 좀 떨었습니다. 문제 하나 틀리고 맞는 거 가지고 지나치게 안달복달을 해대는 엄마였거든요. 그러는 제가 못마땅했던지 초등학교 교사인 사촌 언니가 싫은 소리 한 마디를 하더라고요, 애 엄마가 점수에 너무 집착을 하면 선생님들이 ‘이 어머니 예전에 공부 좀 못했나 보다’ 한다나요. 꼭 자기 성적 어중간했던 엄마들이 기를 쓰고 애를 잡더라는 거예요. 그게 다 아이를 통해 자기 실력이 들통날까봐 그런다는 겁니다. “어휴, 질 떨어져”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 장인식(임채무) 원장님을 보니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누가 알아챌까 두려워 어깃장을 놓으며 오버하는 모습이 과연 보기 흉하다는 사실, 새삼 느꼈습니다. 진짜 질이 떨어지는 건 부족했던 지난날이 아니라 현재의 속물스런 말과 행동이라는 걸 원장님은 언제쯤에나 깨닫게 되실는지요.

이런 전대미문의 시아버지라니!
살다 살다 이런 시아버지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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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만큼 딱한 분도 없다는 거, 저도 잘 알아요. 열 살이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어린 동생과 단둘이 고생 많이 하셨다는 얘기 부인이신 나옥봉(박정수) 여사께 들었어요. 게다가 한 점 피붙이인 동생마저 형 등록금 마련에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니 가슴에 맺힌 한이 오죽 깊겠습니까. 그렇게 믿을 곳, 기댈 곳 하나 없이 오로지 독기 하나로 버텨 지금의 부와 명예를 축적했으니 아무도 믿지 못하는 독불장군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 다 감안해 봐도 임신한 며느리 민수(김유미)를 밀쳐서 넘어뜨린 것만큼은 도저히 이해해드리기 어렵네요. 어디 그때뿐인가요. 지난번 원장님께 생전 처음 바른 말 하는 조카 예주(김성은)를 보호하느라 며느리가 막아섰을 적에도 큰 사고 치실 뻔 했잖아요. 마침 아들 유진(이태성)이 곁에 있다 말렸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한 대 때리고도 남겠던 걸요. ‘전대미문’이란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싶어요. 이때껏 실제로는 물론 드라마 속에서도 이처럼 포악을 부리는 시아버지는 도통 본 적이 없어서 말이죠.

아내와 자식들을 들들 볶아대는 아버지들이야 흔하디 흔했죠. 이만큼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해 줬으면 고마운 줄 알라며 종 주먹을 들이대는 아버지들은 많았지만 며느리에게 폭행을 가하는 시아버지는 보다 처음 봅니다. 무서운 아버지의 대명사였던 MBC 의 대발이 아버지(이순재)도 며느리(하희라)에게만큼은 폭언을 자제할 줄 알았고요, SBS 의 시아버지 정회장(김동현)도 마초의 전형이었지만 악랄하기 짝이 없는 며느리(김서형)에게도 차마 손은 못 대던 걸요. 그런데 어디서 시아버지가, 그것도 의사라는 양반이 아이 가진 며느리를 밀쳐 넘어뜨린 답니까.

사실 시어머니에게도 문제가 없진 않아요

원장님의 원대한 계획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갔으니 파토를 낸 장본인이다 싶은 며느리 민수가 눈엣 가시처럼 여겨질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아이 먼저 생기고 그 다음에 사랑을 시작한다는 게 우리네 어른 입장에선 마뜩치 않을 수 있고요. 하지만 어른이라는 게 대체 뭔가요. 부모라는 게 대체 뭐냐고요. 무릇 어른으로서의 도리는 사랑이 그 첫 번째라고 하지 않습니까? 어른이자 부모라면 자식을 사랑으로 감싸줘야 마땅하고, 그 자식이 가슴 아플 일은 삼가는 게 도리가 아니겠느냐고요. 씨도 안 먹힐 테니 남의 자식인 며느리를 내 자식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아내의 인권도, 아들의 진정한 꿈도, 자신의 야망 외에는 그 무엇도 아랑곳하지 않는 원장님의 처신이 가장 마음에 안 들지만, 솔직히 저는 밤낮 없이 눈물 바람을 하며 “아버지를 이해해라. 너희가 좀 더 참고 이해를 해주렴”을 반복해온 나옥봉 여사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며느리 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돈뭉치를 던지며 낙태를 권유한다거나 억대의 혼수를 요구하며 갖은 구박과 무시로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는 물론 아니에요. 하지만 자신의 남편이 전대미문의 광기어린 시아버지임이 분명하거늘 ‘너희가 참아라’만 염불처럼 외는 나옥봉 여사를 보면 숨통이 턱턱 막혀서 말이죠. 남편 성미 빤히 알면서 며느리더러 도시락 싸가지고 찾아뵙고 오라는 주문은 왜 허구한 날 하느냐고요. 며느리가 어떤 꼴을 당할지 몰라서 그런답니까? 부인보고 속 터진다고 몰아붙이니 기분 나쁘시죠? 그러게 왜 애먼 부인까지 욕을 먹이세요. 제가 이런 말 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라는 거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이런 얘기들이 켜켜 쌓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내가 잘못했나?’ 하실 수도 있기에 드리는 말씀이랍니다.
살다 살다 이런 시아버지는 처음입니다
살다 살다 이런 시아버지는 처음입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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