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전대미문의 시아버지라니!

아내와 자식들을 들들 볶아대는 아버지들이야 흔하디 흔했죠. 이만큼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해 줬으면 고마운 줄 알라며 종 주먹을 들이대는 아버지들은 많았지만 며느리에게 폭행을 가하는 시아버지는 보다 처음 봅니다. 무서운 아버지의 대명사였던 MBC 의 대발이 아버지(이순재)도 며느리(하희라)에게만큼은 폭언을 자제할 줄 알았고요, SBS 의 시아버지 정회장(김동현)도 마초의 전형이었지만 악랄하기 짝이 없는 며느리(김서형)에게도 차마 손은 못 대던 걸요. 그런데 어디서 시아버지가, 그것도 의사라는 양반이 아이 가진 며느리를 밀쳐 넘어뜨린 답니까.
사실 시어머니에게도 문제가 없진 않아요
원장님의 원대한 계획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갔으니 파토를 낸 장본인이다 싶은 며느리 민수가 눈엣 가시처럼 여겨질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아이 먼저 생기고 그 다음에 사랑을 시작한다는 게 우리네 어른 입장에선 마뜩치 않을 수 있고요. 하지만 어른이라는 게 대체 뭔가요. 부모라는 게 대체 뭐냐고요. 무릇 어른으로서의 도리는 사랑이 그 첫 번째라고 하지 않습니까? 어른이자 부모라면 자식을 사랑으로 감싸줘야 마땅하고, 그 자식이 가슴 아플 일은 삼가는 게 도리가 아니겠느냐고요. 씨도 안 먹힐 테니 남의 자식인 며느리를 내 자식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아내의 인권도, 아들의 진정한 꿈도, 자신의 야망 외에는 그 무엇도 아랑곳하지 않는 원장님의 처신이 가장 마음에 안 들지만, 솔직히 저는 밤낮 없이 눈물 바람을 하며 “아버지를 이해해라. 너희가 좀 더 참고 이해를 해주렴”을 반복해온 나옥봉 여사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며느리 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돈뭉치를 던지며 낙태를 권유한다거나 억대의 혼수를 요구하며 갖은 구박과 무시로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는 물론 아니에요. 하지만 자신의 남편이 전대미문의 광기어린 시아버지임이 분명하거늘 ‘너희가 참아라’만 염불처럼 외는 나옥봉 여사를 보면 숨통이 턱턱 막혀서 말이죠. 남편 성미 빤히 알면서 며느리더러 도시락 싸가지고 찾아뵙고 오라는 주문은 왜 허구한 날 하느냐고요. 며느리가 어떤 꼴을 당할지 몰라서 그런답니까? 부인보고 속 터진다고 몰아붙이니 기분 나쁘시죠? 그러게 왜 애먼 부인까지 욕을 먹이세요. 제가 이런 말 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라는 거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이런 얘기들이 켜켜 쌓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내가 잘못했나?’ 하실 수도 있기에 드리는 말씀이랍니다.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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