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랜스젠더’라는, 상업영화에서 쉽지 않은 소재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광재 감독 : 인물의 설정에 대해 그렇게 크게 주안점을 두었다기보다 사람들은 살면서 무엇이든 특별한 선택을 하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살게 되는데, 지현이 여자가 되기로 한 것도 누구나 하는 선택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남녀나 가족 간의 사랑처럼 보편적인 감정에 바탕을 두고 따뜻하게 그리고 싶었다.
“케이트 블란쳇의 남자 연기가 충격적이었다”

이나영 : 사실 처음 이 역할을 맡으며 제일 고민한 부분인데 그게 또 다른 선입견과의 싸움이었다. 남자, 아빠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다리 떠는 것, 앉는 태도, 울 때의 느낌 등 디테일한 것들을 생각해 봤는데 정작 지현이는 자기만의 여성성을 아주 크게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마 보통 여자들이 아빠를 표현할 때의 어설픔이 영화의 상황에 맞을 것 같아서 나중에는 내가 느끼는 대로의 모습이 이 영화에 맞다고 생각했다.
영화에는 과거 지현이 남자였던 당시의 모습도 등장하는데 남자를 연기해본 소감은 어떤가.
이나영 : 평상시 탐냈거나 해보고 싶었던 역할 중 남자 역할이 있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이뤘다. 영화 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밥 딜런을 연기했을 때 남장이 아닌 남자 연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고.
남자 모습이 강동원, 장동건과 흡사하다는 설이 있는데 본인 생각은?
이나영 : 내가 닮았다고 하면 그분들 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웃음) 나한테는 더없이 영광인데, 어느 누구와 닮아도 그분들이라면 황송할 뿐이다.
부자 관계를 연기한 두 배우는 어떻게 서로 친해졌나.
김희수 : 유빈이가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 전동 건 조립과 컴퓨터 게임을 하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다정하게 된 것 같다.
이나영 : 희수 군이 굉장히 쿨한 성격이다. (웃음) 나도 아역배우와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그래도 대본 연습을 같이 많이 했고 희수 군도 내가 아빠 분장을 했을 때 더 편하게 다가와서 현장에서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얼마 전 제작보고회 때 김지석은 이나영에 대한 애정을 크게 표했는데.
김지석 : 사실 그 날 이후 이나영 씨를 다시 만나는 게 오늘이 처음이라 정말 보고 싶었고 설ㄹㅔㅆ다. (웃음) 친구나 지인들이 기사를 보고 ‘여신이 뭐냐’ 고 놀렸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진심인데! 어쨌든 내가 이나영 누나와 함께 작업을 한 건 정말 좋은 추억이었고, 아직까지는 초등학교 4학년인 희수 군보다 덜 친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겠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그 흔한 키스신도 없고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 아쉬움이 많겠다. 또 이나영과 함께 출연할 수 있다면 어떤 내용이길 원하나.
김지석 : 왜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웃음) 일단 영화가 잘 되어서 나영 누나가 치킨 사들고 면회라도 한 번 와주실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사실 항상 모니터 앞에 이나영 씨와 희수 군이 같이 앉아있는 걸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고 내가 희수 군보다 모자란 게 뭘까 생각도 해봤는데 나는 희수 군처럼 순수하지가 못한 것 같다. 역시 남자가 여자에게 어필하려면 이렇게 아동적인 순수함도 필요한 것 같다. 하하. 다시 이나영 씨와 같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 물론 좋고, 그 때는 멋있고 완벽한 남자를 연기하고 싶다. 이나영 씨가 에서 연기한 캐릭터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내용이라면 즐겁지 않을까.
“이나영은 남장한 모습도 아름답다”

김지석 :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저렇게 해도 예쁘구나. 혹은 머리 스타일이 짧으니까 작은 머리가 더 돋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 저렇게 머리가 작다니 이나영 씨 어머님은 출산의 고통이 적으셨겠구나. 등등. 그리고 이나영 씨가 아빠 연기를 하실 때는 ‘저 아빠의 부인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만약 영화 속 상황처럼 사랑하는 여자가 원래는 남자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 같나.
김지석 : 사실 영화 찍기 전부터 자신에게 수도 없이 물어봤다. 만약 준서가 처한 상황이 나에게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든 생각은, 결국 외모나 보이는 것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거였다. 그리고 어쨌든 이나영 씨 같은 분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감독이 생각하는 배우들의 가장 큰 장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이광재 감독 : 세 분 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나 진정성이 강한 배우들이어서 리허설이나 테스트가 많지 않아도 시나리오의 본질적인 모습들을 잘 표현해준 것 같다. 그리고 카메라 발을 잘 받도록 외모가 출중한 분들이라는 장점도 있다. (웃음) 아쉬운 점은 잘 모르겠고.
그럼 배우들이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 혹시 아쉬웠던 점이 있으면 얘기해달라.
김지석 : 신인이라 감독님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길을 잃는 스타일인데 감독님께서 다 듣고 수용해주시고 이해시켜주셔서 편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단점은, 현장이란 데가 그렇고 감독님들이 원체 그렇긴 하지만 오늘 모자 안 쓰신 모습을 처음 봤다. (웃음) 안 쓰시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
이나영 : 작품을 준비하면서 캐릭터의 진정성에 좀 많이 다가가고 싶었는데 내가 당황하거나 많은 생각을 할 때도 감독님이 중심을 잡고 설득해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우리를 끌어주신 걸 감사히 생각한다.
김희수 : 감독님, 사랑해요.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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