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이들의 노래를 듣는다면 조금은 촌스럽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젯의 보컬 닉 체스터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무대에서 외친 단어를 떠올리면 단박에 그들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Rock & Roll!” 복고적이면서도 경쾌한 음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호주산 밴드 젯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록 이들의 신나는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지만, 짧은 서면 대화에서도 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건강함과 유쾌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지산 록 밸리 페스티벌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심경을 전한다면?
: 밴드 중에 서울에서 태어난 여자 친구와 사귀는 멤버가 있다! 그녀가 한국말을 아주 잘해서 ‘사랑해’라는 말도 배웠다. 한국말로 한국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특히 한국 여자에 대하서는 잘 안다고 할 수 있지. 하하. 가족 간의 정을 중요시 생각하는 아름다운 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알고 있다. 기대가 크다.

“우리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엔 이유가 있다”

당신들의 이름을 검색창에 치면 엉뚱한 단어들이 검색되고는 한다. 이름이 너무 짧다고 느끼지는 않나.
: 그걸 원했다. 짧게 짓는 걸 의도 했다는 말이다. 종이에 여러 밴드의 이름을 한꺼번에 쓴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 이름이 가장 크게 보일 거다! 이름이 길면 알파벳이 하나하나 작게 표기 되겠지. 하하.

한국 팬들도 아마 당신들의 데뷔 싱글 ‘Are You Gonna Be My Girl’을 가장 좋아할 것 같다. 출발부터 빅히트를 친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 부담이 아니라 자유를 줬다고 말하는 게 옳다. 밴드라면 히트곡이 필요한 법인데, 우리는 더 이상 히트곡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게 됐으니까. ‘Are You Gonna Be My Girl’의 성공 덕분에 오히려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Are You Gonna Be My Girl’도 그렇고, 젯의 음악은 특히 광고와 영화를 통해서 많이 알려졌다. 무대가 아닌 방식으로 음악이 알려지고,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나?
: 음악을 들려주는 또 하나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영화와 광고가 라디오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그렇고, 우리의 고향인 호주에서도 이제는 사람들이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을 통해서라도 사람들이 음악을 접해야 한다. 게다가 영화나 광고를 통하게 되면 아티스트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불법 다운로드, 음반 판매 저조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방식인 셈이다. 새로운 시대가 왔고, 우리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인다.

“라이브를 통해 리얼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젯의 앨범은 연속성을 가진 다기보다는 다양한 느낌의 음악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음악 작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 아이디어에 대해서 넓은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미친 것처럼 보이더라도 가능한 모든 아이디어를 다 시도해 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과 함께 작업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음악이 항상 ‘ON’의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연에 대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특히 ‘Are You Gonna Be My Girl’의 기침소리와 박수소리를 라이브로 기대해도 되겠나.
: 아, 그 노래의 기침소리는 보컬 닉의 목소리를 녹음해 둔 것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닉이 보컬을 맡으니 그에게 달려 있다! 언제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것 보다는 진짜인 것, 생생한 느낌이었다. 라이브를 통해 사탕가게에 간 어린아이처럼 리얼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탄탄한 국내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해외파 거물 헤드라이너의 부재가 아쉽기 그지없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둘째 날의 헤드라이너인 데프톤즈의 존재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콘, 림프 비즈킷, 그리고 지금은 해체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과 함께 뉴 메탈 신의 4대 천황으로 군림해온 이들의 방한은 그동안 헤비한 음악에 목말라한 국내 메탈 마니아들의 갈증을 한 번에 풀어줄만한 것이었다. 사고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는 베이시스트 치쳉을 제외한 4명의 멤버를 공연 당일에 만나 이번 내한공연에 대한 소감과 작업 중인 새 앨범에 대한 소식을 들어 보았다.

우선 가슴 아픈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작년에 교통사고를 당한 베이시스트 치쳉의 상태는 어떤가.
데프톤즈
: 아직 식물인간 상태다. 어서 잠이 깨서 우리에게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정말 보고 싶다.

“우린 다양한 음악을 정말 엄청나게 많이 듣는다”

그의 사고로 준비 중이던 6집 의 작업이 중단됐었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 있나.
데프톤즈
: 말고 다른 이름의 앨범을 진행 중이다. 굉장히 빨리 작업이 진행됐고, 두 달 만에 연주와 녹음이 끝났다. 올해 10월 쯤 그 앨범을 만날 수 있을 거다. 성향을 말하자면 여태까지 발매한 앨범 중 가장 공격적인 사운드의 앨범이 될 것 같다.

그럼 과거 ‘Elite’나 ‘My Own Summer’ 같은 스타일의 곡들을 만날 수 있는 건가?
데프톤즈
: 비슷하긴 한데 이번엔 좀 더 강하게, 진짜 잡아먹을 듯한 사운드를 들려주겠다.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다. (웃음) 하지만 뉴 메탈을 비롯해 헤비한 음악의 인기는 과거에 비해 많이 사그라진 듯하다. 본인들도 그런 변화를 느끼는지, 그리고 느낀다면 그런 환경에 대한 밴드의 전략이 있는지 알고 싶다.
데프톤즈
: 우리 역시 그런 경향을 느낀다.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폭넓은 음악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 헤비한 음악의 팬이 있기 때문에 헤비한 스타일을 버릴 생각은 없다. 림프 비즈킷도 최근 다시 뭉쳤고, 그걸 반기는 팬들이 있지 않은가. 메탈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작업할 때 가장 재밌는 음악이다. 특히 같이 모여 이런 음악을 연주할 때의 에너지가 정말 좋다. 장르적 변화 속에서도 이것은 데프톤즈의 색으로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당신들의 음반은 1집인 부터 5집 까지 헤비함 속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 왔다. 그 멈추지 않는 창작능력은 어디서 오는 건가.
데프톤즈
: 다양한 음악을 정말 엄청나게 많이 듣는다. 하루 종일 우리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음악을 계속 들으면서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멤버 각자 다른 음악을 듣는데 가령 치노(보컬)의 경우엔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하고, 스티븐(기타)은 테크 나인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오늘 밤 제대로 미쳤으면 좋겠다”

특히 가장 최근의 앨범인 는 풍부하면서도 변화무쌍한 리듬섹션을 보여줬다. 보통 리프 진행은 어떤 방식으로 작곡하고 합주를 맞추는지 궁금하다.
데프톤즈
: 특별한 방법은 없고 그냥 우리는 딱 모였을 때 자연스럽게 서로의 음악을 공유하며 작업하기 때문에 항상 기분 좋게 재밌게 일을 하게 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연주다.

내한 공연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한국 관중의 열정적인 호응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게 있나. 그리고 혹시 한국 팬을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가 있다면?
데프톤즈
: 열정적이라고? 처음 듣는 얘기지만 기대된다. (웃음) 보통 1시간에서 1시간을 살짝 넘기는 공연을 하는데 이번엔 1시간 30분 이상 공연하기 때문에 초기작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줄 생각이다. 두 세 곡 정도는 멜로디가 있는 곡이겠지만 나머지는 ‘파바박!’ 공격적인 곡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10 아시아> 독자들과 한국 팬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데프톤즈
: 우선 오래 기다려줘서 정말 감사하다. 다시 올 땐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그리고 오늘 밤 제대로 미쳤으면 좋겠다. (웃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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