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SBS 토요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가 61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반지아(서유정)는 전남편과의 쌍둥이 아들 때문에 금수조(서강석)와의 사랑이 여시내(김혜선)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금도금(이병준)의 설득으로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정만주(유세례) 또한 인내심(고두심)의 심한 반대 때문에 신세계(이완)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할 위기에 놓였지만, 3년 동안의 인고 끝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신갑순(김소은)과 허갑돌(송재림) 가족들의 삶과 사랑에도 행복이 찾아왔다. 갑순의 언니 신재순(유선)은 첫 번째 재혼에 실패하고 쓰라린 이별을 겪었던 조금식(최대철)과 결국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임용 고시에 실패하고 청소 업체를 꾸리며 세상이 ‘흙수저’에게 줄 수 있는 온갖 시련을 겪었던 갑순이는 인테리어 회사의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치매 노인의 뒤치다꺼리만 해주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갑돌이의 반대에 결혼이 무산될 뻔 했던 ‘파스’ 커플 또한 결혼에 성공했고, 여시내 또한 남기자(이보희)를 마음 속 어머니로 받아들였다.
‘우리 갑순이’는 시청률 또한 피눈물 나는 일대기였다. 가족드라마로 유명한 문영남 작가의 극본인데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가상 커플로 출연했었던 김소은과 송재림의 만남, 현실과 맞닿아있는 극의 소재 등으로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첫 회 6.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다소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2회에도 8.4%, 3회 6.5%, 4회 6.9%로 이어지며 시청률 부진은 극 중반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문영남 작가의 뒷심은 여전했다. 54회째인 지난 3월 18일 시청률 20%를 처음으로 돌파했고, 25일에는 20.3%를 기록했다. 마지막 회에는 20.1%를 기록했다. 토요일 연속 방송으로 편성을 바꾼 것 또한 신의 한 수 였다.
이는 ‘우리 갑순이’가 N포 세대 청춘들의 이야기부터 황혼 결혼, 재혼 가정까지 新 결혼 풍속과 부부들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다룬 가운데, 바로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삶의 고민들을 잘 버무려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례로 갑순이가 청운의 꿈을 품은 채 그 어렵다는 ‘국어 임고생’의 삶을 살아가다 청소업으로 창업을 시도해보면서 갖은 비난에 시달리는 모습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어떤 애환을 가지고 있는지 거울처럼 투영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동시에, 남편과 싸우고 친정으로 가려고 하지만 다시 남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는 아버지의 말에 회사에서 새우잠을 자는 모습은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했다.
모든 캐릭터들에게 멜로 라인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해나가며 재미를 주는 문영남 작가의 필력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발휘했지만, 동화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엔딩과 극의 시작이기도 했던 갑순이 성장 스토리의 생략은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