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선아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롤모델(role model)의 사전적 의미는 ‘본보기가 되는 대상’이다. 때문에 “OO이 롤모델”이라고 할 때, ‘OO’의 무게감은 클 수밖에. 그 막중함을 15년간 뮤지컬 배우로 살고 있는 정선아도 느끼고 있다.
2002년 뮤지컬 ‘렌트’가 데뷔작인 정선아는 그간 다양한 무대를 통해 관객들을 울리고 웃게 했다. ‘아이다’ ‘모차르트’ ‘드라큘라’ ‘위키드’ ‘데스노트’ 등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디바’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돌아보면 까마득한 15년이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 그 열정 하나만으로 달려온 시간. 그래서 2016년의 끝자락에서 만난 뮤지컬 ‘보디가드’는 더욱 특별하다.
정선아는 동경하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부르며 가슴 설레고 있다.
“성별을 떠나서, 그리고 작품의 원톱을 따지는 것보다 ‘보디가드’처럼 한 배우가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요. 이 작품을 이 시기에 만난 건 축복이죠. 앞으로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회 최선을 다해야지란 마음이에요.”
남녀 구별 없이 누구와 있든 ‘괜찮은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 또 하나의 바람.
뮤지컬계 ‘디바’로 또 누군가에겐 ‘롤모델’로 불리는 정선아. 스스로는 무대 위와 아래를 철저히 구별하려고 애쓴다. 무대 위에선 누구보다 강렬하게, 무대 아래에서는 사랑스러운 평범한 여성으로 말이다.
“무대 위에서는 완벽하고 관객들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지만, 내려와서는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인 것이 멋있는 것 같아요. 사랑하고, 사랑받는 여성을 지향해요.”
무대 위에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탓에 그간 센 캐릭터를 도맡기도 했다.
“공연하면서 많은 캐릭터를 맡았어요. 여러 다른 옷을 입으면서 하나 확실히 느낀 건, 무대 아래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꾸민다면 ‘나’를 잃을 것만 같아요. 무대 위보다 촌스럽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다를 수 있지만 나약한 나도 사랑할 수 있는 ‘정선아’로 무대 밑에선 있고 싶죠.”
15년. 뮤지컬을 사랑하며 버텨온 세월이다.
“지금도 사랑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어요. 뮤지컬이 천직이라고 생각하죠. 라이브라는 자체가 저에게는 큰 희열이고요. 비록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생동감 있는, 컷(cut) 없는 장르를 관객들이 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에요.”
정선아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과거엔 ‘뮤지컬’만을 생각하며 걸었다. 이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여유 혹은 연륜이 생겼다.
“뮤지컬에 뿌리를 깊게 내리되 앞으론 좀 더 넓게, 또 많은 분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이젠 두려움 없이 ‘불러준다면 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어요.(웃음)”
“예전엔 ‘뮤지컬만 계속하다가 박수칠 때 떠난다’고 했어요, 감히.(웃음) 이젠 15년간 쌓은 노하우로 관객들에게 더 질 좋은 뮤지컬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내공을 쌓았고 노력해서 발전했기 때문에 더 새로운 모습, 다음에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노력하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의 정선아를 만들었고, 그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된 이유이다.
“책임감이란 단어가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무대 작업은 나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그날의 컨디션과 마음가짐 등이 중요해요. 관객들이 정선아의 공연을 꼭 보고 싶다고 할 때,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여배우들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되, 좋은 후배들도 양성해서 뮤지컬계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커요.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나를 봤을 때 ‘롤모델’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에 대한 부담도 크죠. 그들과 무대에 섰을 때를 대비해서 길을 잘 닦아야겠다는 기분도 드는 때이고요.”
오는 3월 5일까지 레이첼로 사는 정선아는 막이 내리면,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었던 만큼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우선 작품 계획은 없고,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가려고 해요. 편한 컨디션으로 공연해도 힘든 작품인데, 이번 겨울은 유독 힘들었어요. ‘보디가드’가 끝나자마자 동남아로 여행을 다녀와서 다음 작품을 생각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