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찬은 신중했고 동시에 꾸준했다. 군 제대 후에도, 그는 다급함에 쫓기기 보다는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앨범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투엘브 히트(Twelve Hits)’. 당시 그는 불후의 명곡들을 빅밴드 재즈 스타일로 리메이크해 앨범으로 탄생시켰다. 그 후 약 2년만의 신보. 이기찬은 “반가운 분들도 많고, 반가워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며 컴백 소감을 전했다.

공백기를 감안하면 신곡의 수가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 이기찬은 “나이가 있다 보니 쉬지 않고 활동하는 게 힘들다”며 웃었다. 대신 그는 곡의 완성도에 집중했다. ‘뷰티풀 투나잇’과 ‘악담’ 모두 이기찬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 20여 년간 쌓여온 감각이 두 곡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됐다.
“가요 시장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싱글 앨범을 계속 내려고 해요. 그러다가 곡이 많이 모이면 정규 앨범으로 낼 생각입니다. 아마 내년쯤엔 완성될 것 같아요. 곡 작업을 그 때 그 때 진행하는 스타일이라 사실 써둔 곡은 많이 없어요. 예전에는 앨범도 자주 내고 쉬지 않고 활동을 했는데 요즘엔 좀 힘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나이도 있으니까요(웃음). 공백기가 좀 있었는데 쉬기도 하고, 노래 외에도 다른 재밌는 일들이 많아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은 남달랐다. 이기찬은 최근 워쇼스키 남매가 제작한 미국드라마 ‘센스8’에 배우 배두나와 함께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능숙하게 영어 대사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뛰어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놀라움을 안겼다. “헐리우드 배우 같다는 반응도 많더라”고 전하니, 이기찬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기는 예전에도 잠깐씩 했던 적이 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계속 할 생각이고요. 이번에는 미국드라마에 출연하게 돼서 대사를 영어로 해야 했거든요. 영어를 굉장히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 캐나다에서 잠깐 살았던 적도 있고, 그 뒤로도 계속 공부도 하고 과외도 받았어요. 배워놓고 준비를 해 놓으면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평소에 재밌게 봤던 프로그램이에요. 포맷 자체도 재밌고 의외의 인물들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마침 신곡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출연이 맞물리게 됐어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금방 떨어지긴 했지만(웃음) 반가워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진주 씨나 아이비 씨처럼, 전에 같이 활동했던 분들을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어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덕분에 발라드를 비롯해 알앤비, 재즈에 이르기까지 이기찬의 음악적인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그리고 이는 이기찬의 끝없는 욕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안 해본 것은 다 해보고 싶다”면서 “댄스곡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이 얘기가 무색할 만큼, 그의 에너지는 차고 넘쳤다.
“어렸을 때부터 흑인 음악을 좋아했어요. 80년대 알앤비 음악을 많이 들었죠. 마이클 잭슨이나 빌 위더스, 휘트니 휴스턴 같은 노래들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음악이 좋아지더군요.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어요. 거의 잡식 수준으로요. 그러다보니 저 스스로도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굳이 장르를 구분하기 보다는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안 해봤던 음악을 계속 해보고 싶어요. 댄스곡도 좋고 요즘 스타일의 EDM 음악도 욕심이 생겨요.”

“부담감은 없어요. 몇 번 잘 되어봤으니 오히려 이젠 흥행에 대한 욕심은 크게 생기지 않더군요. 물론 잘 되면 좋겠지만, 흥행을 기대하게 되면 나중에 그만큼 실망이 커지기도 하잖아요. 욕심을 내려놓으니, 작업할 때도 편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됐어요. 바라는 게 있다면, 제 나이 또래의 분들이 잘 듣고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FE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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