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쿨함과 시크함이 대세인 시대다. 일에 있어서 감정 표현이 뜨겁고 직설적이며 열정적인 사람보다 절제할 줄 알고 은유적이며 이성적인 사람이 더 주목을 받는다.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감정 표현을 로맨틱하고 극적으로 하기보다 간결하면서도 깔끔하게 하는 게 호감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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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방극장에서도 약간 촌스럽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드라마들이 방송 중이어서 눈길을 받고 있다. SBS 주말 밤을 책임지는 9시에 방송되는 ‘기분 좋은 날’(극본 문희정, 연출 홍성창), 뒤를 이어 10시에 방송되는 ‘엔젤 아이즈’(극본 윤지련, 연출 박신우)가 바로 그 주인공. 시청률이 높거나 반응이 뜨거운 건 아니지만 막장 드라마들이 판을 치는 방송 환경에서 ‘무공해 청정 드라마’로 불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설정이나 연출 모두 옛날 드라마의 감성을 지닌 게 공통점. 요즘 모든 드라마들이 등장시키는 인위적인 자극이나 극한 대립, 처절한 복수는 없다. 다소 밋밋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순수한 감성에 시청자들이 힐링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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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각장애자였던 수완이 눈을 뜨게 되는 과정과 그 일 이면에 숨겨진 비밀로 인해 벌어질 갈등은 대본을 읽지 않아도 앞으로의 진행을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방송을 보니 편견이었다. 가장 뻔한 것도 만든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윤지련 작가와 박신우 감독이 빚어내는 완성도는 기대이상이었다. 특별한 기교나 설정 없이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며 정공법으로 승부해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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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들의 매력도 큰 몫을 했다. 성인을 연기하는 이상윤 구혜선뿐만 아니라 아역을 맡은 강하늘 남지현의 환상적인 케미스트리(화학작용)가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다. 1,2회를 봤을 때 아역의 연기호흡이 너무 완벽해 성인 역으로 바뀌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상윤과 구혜선은 기대 이상의 연기호흡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10일 방송에서 나온 눈물의 키스신은 로맨틱함의 극대치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기분 좋은 날’은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 좋은 가족드라마여서 더욱 매력적이다. ‘스타작가’ 문희정 작가가 집필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작가의 전작 ‘내 인생의 스캔들’ ‘그대 웃어요’ ‘내 마음이 들리니’ 등은 요즘 드라마 흐름과 다른 무공해 드라마로 평가받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억척 어머니의 세딸 시집 보내기 프로젝트라는 컨셉트는 다소 진부하지만 휴머니티 넘치는 문희정 작가가 쓰기에 기대감을 갖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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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스트레스 받는 일이 부지기수다. 뉴스를 봐도 신문을 봐도 우울한 소식만 들려온다. 드라마는 이런 삶에서 휴식처가 돼야 한다. 그러나 요즘 많은 드라마들을 원초적인 자극을 추구하고 인간미가 부족해 스트레스를 더 받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드라마를 볼 필요는 없다. ‘엔젤 아이즈’ ‘기분 좋은 날’을 보면서 향수에 젖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좋은 힐링법이 될 듯싶다.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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