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아가 남장여자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사진제공=tvN
설인아가 남장여자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사진제공=tvN
가녀린 이미지를 벗고 숏컷의 '근육질 형사'로 탈바꿈한 배우 설인아의 변신이 제대로 통했다. 2007년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윤은혜 분) 이후 약 19년간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던 '남장여자' 캐릭터의 고유명사를 새롭게 쓰겠다는 제작진의 야심 찬 포부가 설인아의 열연과 맞물려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tvN 월화드라마 '나의 유죄인간'에서 설인아가 맡은 강재희는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재벌 3세 윤이준(임시완 분)을 밀착 수사하기 위해 수행비서로 위장 취업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다. 그간 드라마 속 남장 캐릭터들이 주로 금녀의 구역에 들어가거나 신분을 숨기기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 남장을 택했다면, 강재희는 용의자를 감시하는 동시에 남자 주인공을 물리적인 위협에서 지켜내는 수호자 역할을 자처한다. 뻔한 로맨스 공식을 비튼 '역클리셰'의 중심에 설인아가 서 있는 셈이다.
배우 임시완과 설인아가 서로를 번갈아 품에 안으며 기존 로맨스의 공식을 뒤집은 포스터./사진제공=tvN
배우 임시완과 설인아가 서로를 번갈아 품에 안으며 기존 로맨스의 공식을 뒤집은 포스터./사진제공=tvN
설인아의 남장 소화력은 혹독한 자기 관리와 피지컬 트레이닝에서 비롯됐다. tvN 예능 '무쇠소녀단' 시리즈에서 철인 3종 경기와 복싱에 도전하며 보여준 건강미는 '나의 유죄인간' 캐스팅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무쇠소녀단'을 통해 키 167cm에 53kg, 체지방량을 8kg대까지 끌어내리며 근육질의 탄탄한 몸을 완성한 설인아는 남장을 위해 가슴을 압박하는 특수 밴드를 착용해 숨쉬기조차 힘들고 밥을 체하는 고충을 겪으면서도 대역을 최소화한 거친 액션 연기를 소화해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박단희 감독은 "액션 팀보다 잘하는 여배우는 처음 봤다"며 첫 촬영부터 부상으로 응급실을 다녀온 지 한 시간 만에 복귀해 촬영을 마친 설인아의 근성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기획을 이끈 김호준 CP 역시 "여배우가 몸을 잘 쓰면 이렇게 좋구나 싶었다. 20년간 고은찬이었던 남장여자 고유명사를 이번에 바꿔보자고 제안했다"며 굳건한 신뢰를 표했다. 단지 외모를 꾸미는 수준을 넘어, 눈빛과 몸짓부터 온전히 단련된 특수부대원의 태를 입은 설인아의 활약은 제작진의 호언장담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했다.
설인아가 체지방을 8kg대까지 감량, 외적으로 변화를 꾀했다./사진제공=tvN
설인아가 체지방을 8kg대까지 감량, 외적으로 변화를 꾀했다./사진제공=tvN
외형적 변신뿐만 아니라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 연기 호흡도 호평의 주된 이유다. 숏컷 스타일링에 중저음 목소리가 더해져 남장 특유의 위화감을 지워냈고, '잘생쁨(잘생기고 예쁨)' 비주얼로 남심과 여심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특히 상대역인 임시완이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시도한 독특하고 과장된 말투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는 반면, 설인아의 묵직하고 담백한 연기톤은 드라마의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맞춰주는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작품이 내세운 스릴러와 로맨스의 복합 장르 역시 설인아의 존재감 덕분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살인 용의자와 형사라는 아슬아슬한 관계 속에서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긴장감, 이를 바탕으로 쌓아가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서사를 이끄는 강력한 무기다. 바쁜 촬영 일정 속에서도 부산행 KTX 안에서 임시완과 대본 연습을 자처할 만큼 쏟아부은 열정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발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사내맞선', '철인왕후', '반짝이는 워터멜론' 등에서 통통 튀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주로 뽐내왔던 설인아에게 '나의 유죄인간'은 연기 인생의 굵직한 분기점이다. 예능에서 입증한 '근수저'의 끈기가 본업인 연기 변신으로 직결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낸 셈이다. 숏컷 형사로 과감한 연기 변주를 꾀한 그는 오는 11월 '무쇠소녀단3'를 통해 빙판 위 쇼트트랙 계주라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틀을 깨부수는 설인아의 질주가 배우로서의 다음 페이지를 더욱 기대케 만든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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