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종영한 Mnet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이하 '스디파')는 최정상급 안무가들이 '디렉터 크레딧'을 두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백구영은 매 미션 안정적인 성적과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이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극적인 순위 반등보다 꾸준한 실력으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재도전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창작자로서의 갈증이었다. 백구영은 "K팝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내가 만족하는 작품보다 대중이나 아티스트의 팬들이 좋아할 만한 안무를 고민하게 된다"며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춤을 춘 지 어느덧 24년. 백구영은 댄서를 넘어 안무가와 디렉터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수식어를 얻었다. 그 중 가장 애착을 느끼는 호칭은 여전히 '댄서'다. 그는 "댄서 백구영으로 불리고 싶다. 여전히 춤을 잘 추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월에 따른 신체적 변화도 실감하고 있다. 백구영은 "춤을 잠시 쉬기만 해도 몸의 감각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낀다"며 "'스디파'를 하면서 10년만 젊었어도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습을 열심히 하고 나면 다음 날 몸 상태가 확실히 과거와 다르다"며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춤추기 위해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지금 내 몸 상태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전에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물어 간다고 느꼈던 것처럼 저도 지금 그런 시기인가 싶었습니다. 한창 많이 찾아주실 때는 모두가 저를 찾는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최근 2~3년 동안은 상실감이 있었어요."
백구영은 '스디파' 출연을 앞두고도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진분께 최근 성적이 저조한데 내가 나와도 되는 거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 미션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스스로 저물어 가는 시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노력을 놓지 않았다. 이번 우승은 그 노력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진다"며 "우승이라는 결과와 별개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게 많았다. 앞으로도 춤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밝혔다.
백구영은 우승 이후에도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그는 "예전부터 장대한 꿈을 꾸지 않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매 순간 충실하게 임하고 다음에 어떤 일이 생기든 잘 해내다 보면 언젠가 더 큰 무대를 맡겨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댄서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백구영은 "42.195km 마라톤으로 치면 지금은 일단 다 달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마라톤 선수들이 인생에서 딱 한 번만 달리는 건 아니지 않나.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에도 취미로 대회에 나가고 혼자 운동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백구영에게 '스디파' 우승은 하나의 마라톤을 완주한 결과다. 많은 이들의 환호 속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그가 달려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24년간 그랬듯 눈앞의 작품에 집중하며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것. 흔들리는 순간에도 노력을 놓지 않았던 그의 태도가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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