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 백구영이 엠넷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사진제공=Mnet
댄서 백구영이 엠넷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사진제공=Mnet
댄서 백구영이 24년 차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수많은 K팝 아티스트의 안무를 책임지며 정상급 안무가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자신의 시대가 저물어 간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그런 그가 치열한 디렉터 경쟁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화려한 성과 뒤에는 남모를 상실감을 견디며 묵묵히 춤을 이어온 시간이 있었다.

지난 20일 종영한 Mnet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이하 '스디파')는 최정상급 안무가들이 '디렉터 크레딧'을 두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백구영은 매 미션 안정적인 성적과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이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극적인 순위 반등보다 꾸준한 실력으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댄서 백구영이 엠넷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사진제공=Mnet
댄서 백구영이 엠넷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사진제공=Mnet
백구영에게 이번 도전은 4년 전의 아쉬움을 씻을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2022년 방송된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에 원밀리언 리더로 출전했지만,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탈락한 뒤에도 결승전을 직접 관람했다는 그는 "파이널에 간 친구들의 무대를 방청했는데 마음이 굉장히 힘들었다. 나도 저 파이널 무대에 서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재도전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창작자로서의 갈증이었다. 백구영은 "K팝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내가 만족하는 작품보다 대중이나 아티스트의 팬들이 좋아할 만한 안무를 고민하게 된다"며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춤을 춘 지 어느덧 24년. 백구영은 댄서를 넘어 안무가와 디렉터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수식어를 얻었다. 그 중 가장 애착을 느끼는 호칭은 여전히 '댄서'다. 그는 "댄서 백구영으로 불리고 싶다. 여전히 춤을 잘 추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월에 따른 신체적 변화도 실감하고 있다. 백구영은 "춤을 잠시 쉬기만 해도 몸의 감각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낀다"며 "'스디파'를 하면서 10년만 젊었어도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습을 열심히 하고 나면 다음 날 몸 상태가 확실히 과거와 다르다"며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춤추기 위해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지금 내 몸 상태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댄서 백구영이 엠넷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사진제공=Mnet
댄서 백구영이 엠넷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사진제공=Mnet
정상급 안무가로 인정받는 백구영에게도 최근 2~3년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때는 모두가 자신을 찾는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지만, 젊은 안무가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세대교체를 체감했다고 한다.

"예전에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물어 간다고 느꼈던 것처럼 저도 지금 그런 시기인가 싶었습니다. 한창 많이 찾아주실 때는 모두가 저를 찾는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최근 2~3년 동안은 상실감이 있었어요."

백구영은 '스디파' 출연을 앞두고도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진분께 최근 성적이 저조한데 내가 나와도 되는 거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 미션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스스로 저물어 가는 시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노력을 놓지 않았다. 이번 우승은 그 노력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진다"며 "우승이라는 결과와 별개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게 많았다. 앞으로도 춤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밝혔다.

백구영은 우승 이후에도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그는 "예전부터 장대한 꿈을 꾸지 않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매 순간 충실하게 임하고 다음에 어떤 일이 생기든 잘 해내다 보면 언젠가 더 큰 무대를 맡겨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댄서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백구영은 "42.195km 마라톤으로 치면 지금은 일단 다 달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마라톤 선수들이 인생에서 딱 한 번만 달리는 건 아니지 않나.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에도 취미로 대회에 나가고 혼자 운동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백구영에게 '스디파' 우승은 하나의 마라톤을 완주한 결과다. 많은 이들의 환호 속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그가 달려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24년간 그랬듯 눈앞의 작품에 집중하며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것. 흔들리는 순간에도 노력을 놓지 않았던 그의 태도가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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