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귀정이를 지켜라 - 35년간의 사수' 편이 공개됐다. 가수 텐, 배우 조재윤, 아나운서 박선영이 출연해 1991년 발생한 김귀정 열사의 사망 사건과 이후 진실을 밝히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돌아봤다.
1991년 5월 25일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귀정은 서울 충무로 인근에서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였다. 경찰은 시위대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한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고 발표했고 부검과 장례를 서둘러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경찰의 발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제 부검 과정에서 사망 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 학생들은 김귀정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으로 모여들었다. 전국에서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집결했고 이들은 병원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채 영안실을 지켰다.
경찰은 시신 확보를 위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다. 당시 전경 12개 중대, 약 1500명이 동원됐으며 최루액이 섞인 물을 뿌리며 병원 진입을 시도했다. 학생들은 부상을 입으면서도 한 시간 넘게 저항했다.
현장 상황을 접한 박선영은 "현장에서 쏟아지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학생들이 계속 다치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귀정의 어머니가 부검에 동의했고 사망 원인은 흉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발표됐다.
이후 학생들과 시민들은 별도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이들이 확보한 사진과 목격자 진술에는 경찰이 시위대를 좁은 골목으로 몰아넣고 진압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당시 경찰이 30분 동안 발사한 최루탄은 2700발이 넘었다. 일부 학생은 최루탄에 맞아 의식을 잃거나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김귀정의 사망 이후 열린 장례에는 약 3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경찰과 정부는 과잉 진압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주장을 부인했지만 유족과 친구들은 진상 규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유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김귀정의 사망에 경찰의 직무상 과실과 과잉 진압이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진실 규명 노력이 법적 판단으로 이어진 것.
조재윤은 "많은 사람이 애도하고 참여해주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해주셨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된 거다"라고 말했다. 박선영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며 소회를 전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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