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악몽의 수학여행'편으로 리스너로 방송인 정이랑, 원어스 건희,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출연했다.
1970년 10월 서울 마포 경서중학교 3학년 학생 470여 명과 교사 11명은 충남 아산 현충사로 당일치기 수학여행 길에 올랐다. 당시 9개 반이 버스 7대에 나누어 타면서, 정원 39명인 버스 한 대당 70명 이상이 빽빽하게 탑승하는 과밀 상태가 이어졌다. 특히 3~4반이 탑승한 3호차 버스에는 무려 77명의 학생이 빈틈없이 들어찼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던 오후 4시, 천안 방향으로 달리던 3호차 버스는 철길 건널목으로 진입했다. 버스 기사는 경보기 소리가 울렸음에도 멈춰 서지 않고 엑셀을 밟아 무리하게 통과를 시도했고, 이로 인해 기차와 그대로 충돌하고 말았다. 열차는 버스를 약 80m나 밀고 나간 뒤에야 겨우 멈춰 섰다. 버스 앞쪽 엔진과 연료통이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불길이 차 전체를 감쌌다.
구조 작업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버스 차체가 심하게 찌그러진 데다 창문의 보호 창살이 탈출구를 막아 대부분의 학생이 갇히고 말았다. 인근 주민과 뒤따르던 학생들이 달려와 돌로 창문을 깨며 구조에 나섰으나, 거세게 피어나는 불길과 연기 앞에 무기력하게 발만 굴렀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만 부상자 32명, 사망자는 버스 기사를 포함해 46명이 발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는 해방 이후 가장 참혹한 버스 참사로 기록됐다.
사고 원인으로는 무리한 과밀 탑승 외에도 열악했던 현장 환경이 꼽혔다. 사고가 난 건널목은 하루 통행량이 5000대에 달함에도 차단기나 관리원조차 없는 3종 건널목으로 방치돼 있었다. 당시 철도청은 건설부와의 협의 미비를 이유로 시야를 가리는 정미소를 그대로 두었고, 예산 부족을 핑계로 건널목 등급조차 상향하지 않은 채 참사의 위험을 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당시 왜곡되었던 사실들이 이번 ‘꼬꼬무’를 통해 최초로 바로잡혔다. 당시 언론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방치하거나 사고 후 도망쳤다고 보도했으나, 당시 학생이었던 생존자들은 “선생님들의 명예가 회복되어야 한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인솔 교사들이 버스에 탑승하지 못했던 이유가 지각한 학생을 찾으러 간 사이 3호차 버스가 임의로 무단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진실이 56년 만에 ‘꼬꼬무’를 통해 비로소 세상에 밝혀졌다.
참사 다음 날 새벽 경서중학교에 임시 안치소가 마련됐으나, 시신 훼손이 심해 유족조차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비극이 이어졌다. 이에 국과수 직원이 파견돼 치아 감식을 진행했고 사망자 45명의 신원을 모두 확인해 가까스로 가족 품에 안겼다. 이후 병원 치료를 받던 학생이 추가로 숨을 거두며 최종 학생 사망자는 46명으로 늘어났다. 당시 합동 장례식 현장 사진을 본 정이랑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듬해 발간된 졸업 앨범에는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의 얼굴과 함께 ‘사라진 별들’이라는 가슴 아픈 문구가 새겨졌다.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트라우마로 연락을 끊었던 한 학생은 56년 만에 방송을 통해 동창들과 기적적으로 재회했다. 생존 학생들은 매년 10월 묘역을 찾아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추모하며 아픔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장현성, 장성규, 장도연은 경서중학교 참사가 오랫동안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이 참사 이후로도 대형 참사들을 겪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희생되는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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