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의 유노왓≫
그거 아세요?(you know what)
그거 아세요?(you know what)
극 중 김유정은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 이가경 역을 맡는다. 독립군에게 포섭된 뒤 신분을 위장해 조선총독부에 잠입하는 인물이다. 박진영은 조선총독부 엘리트 통역관 김희준으로 분해 김유정과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됐다. 김유정과 김소현은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에 나란히 아역으로 출연했다. 이후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며 꾸준히 주연작을 선보였고, 아역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벗은 대표적인 배우로 성장했다.
성인 배우로 자리 잡은 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김유정은 '구르미 그린 달빛', '편의점 샛별이', '홍천기', '마이 데몬' 등을 통해 로맨스를 중심으로 사극과 현대극을 오갔다. 김소현 역시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KBS2 '조선로코 녹두전', '달이 뜨는 강', tvN '소용없어 거짓말' 등을 거치며 장르의 폭을 넓혔다.
최근 들어서는 두 배우가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김유정은 여성 캐릭터 자체의 욕망과 서사가 전면에 놓인 작품을 연이어 택했다. 지난해 공개된 티빙 '친애하는 X'에서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정상에 오른 배우 백아진을 연기했다. 기존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욕망과 결핍, 양면성을 지닌 인물을 소화하며 연기 변신을 꾀했다.
차기작 '100일의 거짓말'에서도 김유정이 맡은 이가경의 선택과 행보가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소매치기였던 인물이 독립군에게 포섭돼 조선총독부에 잠입하는 과정을 그리는 만큼 로맨스뿐 아니라 이가경 개인의 서사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두 작품만 놓고 보면 김유정은 상대역과의 관계에 기대기보다 자신이 맡은 인물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인 작품을 이어가고 있다.
김소현은 조금 다른 방향이다. 로맨스라는 장르 안에서 여러 인물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작품을 연이어 택했다.
지난해 방송된 JTBC '굿보이'에서는 박보검과 호흡을 맞췄다. 특채로 경찰이 된 메달리스트들이 범죄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서 김소현은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경찰 지한나를 맡았다. 액션 연기까지 소화하며 기존의 청춘·로맨스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연애박사'에서는 추영우와 만난다. 안판석 감독의 유작인 '연애박사'는 서로 다른 성향과 배경을 지닌 두 인물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소현은 이번에는 로맨스의 중심에 서서 상대 배우와 만들어낼 관계성과 감정선에 무게를 싣는다.
내년 방송 예정인 '하얀 스캔들'에서는 송강과 재회한다. 두 사람은 2019년 공개된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약 8년 만의 재회인 만큼 20대 초반과 후반을 지나 다시 만난 두 배우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이에 따라 크레딧에서의 위치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김유정은 '친애하는 X'와 '100일의 거짓말'에서 가장 앞에 이름을 올린 반면 김소현은 '굿보이', '연애박사', '하얀 스캔들'에서 각각 박보검, 추영우, 송강에 이어 이름을 올렸다. 다만 크레딧은 캐릭터 비중뿐 아니라 계약과 제작·마케팅 전략 등 여러 요소가 함께 반영되는 만큼 이를 배우의 위치을 가르는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김유정은 여성 캐릭터 자체의 서사와 연기 변신 가능성을 앞세운 작품에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김소현은 로맨스와 장르물을 오가며 상대 배우를 비롯한 여러 인물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폭을 확장하는 중이다.
'해를 품은 달'에서 나란히 아역으로 출발했던 두 사람은 이제 더 이상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김유정과 김소현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대표작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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