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 리사. / 사진=MTV 공식 X 캡처
그룹 블랙핑크 리사. / 사진=MTV 공식 X 캡처
그룹 블랙핑크의 리사는 K팝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하지만 최근 솔로 활동만 놓고 보면 더 이상 'K팝 스타'라는 수식어만으로 그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K팝에서 쌓은 인지도와 팬덤을 바탕으로 활동 무대를 세계 팝 시장으로 넓히면서다.

리사는 최근 열린 '2026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SaWaDiKa'(사와디카) 무대를 선보이고 'Best Pop'(베스트 팝)을 수상했다. VMA에는 별도의 'Best K-pop'(베스트 K팝) 부문이 있지만 리사는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등 팝스타들과 같은 부문에서 경쟁했다. K팝으로 이름을 알린 리사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솔로 활동의 방향이 본격적으로 달라진 것은 YG엔터테인먼트와 개별 활동 계약을 마무리한 이후다. 리사는 2024년 자신의 회사 LLOUD(라우드)를 설립했고 같은 해 미국 RCA 레코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솔로 음반은 RCA를 통해 발매하면서도 음원 마스터에 대한 소유권은 리사가 갖는 방식이다.

이후 활동 영역도 빠르게 넓어졌다. 첫 정규 앨범 'Alter Ego'(얼터 에고)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7위에 올랐고, 리사는 미국 코첼라 무대에 솔로 아티스트로 섰다. HBO 시리즈 '화이트 로투스' 시즌 3를 통해 배우로도 데뷔했다. 오는 1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의 콜로세움에서 'VIVA LA LISA'(비바 라 리사) 레지던시 공연도 앞두고 있다.
그룹 블랙핑크 리사. / 사진=라우드 공식 유튜브 캡처
그룹 블랙핑크 리사. / 사진=라우드 공식 유튜브 캡처
리사는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 'Always Lalisa'(올웨이즈 라리사)를 통해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연습생 시절을 돌아봤다. 14살에 YG 연습생이 된 그는 5년 동안 춤과 노래, 랩, 언어를 배우며 데뷔를 준비했다. 당시에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도 털어놨다. 매달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평가받고 탈락자가 나오는 월말평가 역시 어린 연습생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리사가 당시의 K팝 시스템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연습생 시절에 대해 "그런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 멤버들과 함께 연습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던 당시를 "정말 멋진 시절"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달라진 것은 자신의 다음 행보를 결정하는 주체다. 리사는 LLOUD를 설립한 이후를 두고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다.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았고, 다음에 어떤 길을 갈지 내가 직접 선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나씩 직접 결정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자신의 솔로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룹 갓세븐 잭슨. / 사진=잭슨 인스타그램 캡처
그룹 갓세븐 잭슨. / 사진=잭슨 인스타그램 캡처
K팝에서 성장한 뒤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동 무대를 넓힌 것은 리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갓세븐 잭슨은 2017년 TEAM WANG(팀 왕)을 설립한 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솔로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제이지가 설립한 미국 엔터테인먼트사 Roc Nation(록 네이션)과 글로벌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TEAM WANG을 기반으로 자신의 음악을 이어가면서 해외 파트너와 손잡고 활동 범위를 한층 넓힌 셈이다.

엑소 레이 역시 일찍부터 중국에 개인 스튜디오를 두고 활동했고 이후 Chromosome Entertainment Group(크로모솜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설립해 가수와 프로듀서로 독자적인 커리어를 만들어왔다. 2022년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은 종료됐지만 엑소 멤버로서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발매된 엑소 정규 8집 'Reverxe'(리버스)에도 참여했다.

이들의 행보를 K팝과의 결별로 보기는 어렵다. 리사는 "50살이 되어도 블랙핑크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현재도 블랙핑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잭슨 역시 솔로 활동과 별개로 갓세븐 멤버로 남아 있으며 지난해 발매된 그룹 앨범 'Winter Heptagon'(윈터 헵타곤)에도 참여했다. 그룹에서는 K팝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개인으로는 한국이나 K팝이라는 범주에 한정되지 않는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룹 블랙핑크 리사가 2026 FIFA 월드컵 개막식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사진=SNS 갈무리
그룹 블랙핑크 리사가 2026 FIFA 월드컵 개막식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사진=SNS 갈무리
오히려 이들이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K팝에서 쌓은 경험이 있다. 오랜 트레이닝을 통해 갖춘 퍼포먼스 역량부터 글로벌 팬덤과 인지도까지 K팝에서 얻은 자산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K팝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K팝에서 만들어진 기반 위에 새로운 커리어를 쌓는 쪽에 가깝다.

물론 리사와 잭슨, 레이의 선택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기는 어렵다. 각자 독립에 나선 배경도, 이후 선택한 시장도 다르다. 다만 이 같은 선택이 가능해진 데에는 K팝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공통된 배경이 있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성공한 뒤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면 이제는 K팝 활동 자체가 세계적인 팬덤과 인지도를 만드는 과정이 됐다. K팝에서의 성공이 또 다른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자산이 된 것이다.

K팝의 세계화는 결국 아티스트의 활동 반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던 때를 넘어 이제는 K팝에서 이미 세계적인 스타가 된 뒤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활동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리사의 행보 역시 K팝을 떠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K팝에서 얻은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가는 과정에 가깝다. K팝이 글로벌 스타의 목적지가 되는 동시에 또 다른 커리어를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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