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인턴'은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누적 관객 40만명을 넘어섰다. 실관람객 평가를 보여주는 CGV 골든에그지수도 95%를 기록하는 등 관객 반응 역시 긍정적이었다.
다만 추석 신작들이 잇달아 개봉하면서 초반 기세는 한풀 꺾였다. 29일 기준 순위는 박스오피스 5위권으로 내려앉았고 누적 관객도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약 220만명에 도달하기에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인턴'은 원작의 큰 틀과 따뜻한 정서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직장 문화와 정서를 덧입혔다. 최민식과 한소희의 연기와 호흡도 호평받았다. 문제는 원작에서 사랑받았던 요소를 충실히 살린 선택이 동시에 새로운 작품만의 차별성을 약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주요 흐름과 인물 관계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이미 원작을 본 관객에게 극장에서 한국판을 다시 봐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안전한 선택을 했지만, 그만큼 리메이크만의 새로움은 상대적으로 옅어졌다.
흥행세가 주춤한 데에는 대진운의 영향도 있다. '인턴' 개봉 일주일 뒤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와 '타짜: 벨제붑의 노래'(감독 최국희) 등이 잇달아 개봉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왜 다시 봐야하는지 차별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석 신작들과의 경쟁까지 겹친 셈이다.
초반 화제성은 높았다. '스캔들'은 공개 첫 주 넷플릭스 국내 TV쇼 부문 1위에 올랐고, 글로벌 TOP10 비영어 TV 부문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공개 3일간 190만 시청수와 145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관심을 끌었다.
정지우 감독은 2003년 영화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원작 소설 '위험한 관계'를 다시 해석했다고 밝히며 차별화를 강조했다. 영화가 아닌 8부작 시리즈로 제작해 인물들의 관계와 서사를 확장한 것도 가장 큰 변화다.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원(지창욱 분)을 첫사랑 관계로 설정해 어린 시절부터의 서사를 풀어냈고, 조씨부인과 희연(나나 분)이 직접 대면하는 장면도 새롭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보다 길게 설명했다.
그러나 차별화를 위해 확장한 서사가 오히려 약점으로 지적됐다. 영화가 인물들의 욕망과 위험한 내기를 압축적으로 전개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면, 8부작 시리즈는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인물을 이해할 여지는 넓어졌지만, 원작 영화가 지녔던 날카로운 긴장감과 밀도는 상대적으로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23년 전 영화와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의 연기가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리메이크가 원작과 다른 길을 택했음에도 결국 비교 대상은 다시 원작이 된 것이다.
'인턴'과 '스캔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리메이크가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인턴'은 원작의 장점을 충실하게 가져오는 데 집중했지만 새롭지 않다는 벽에 부딪혔고, '스캔들'은 적극적인 변화를 택했지만 늘어난 서사의 밀도가 떨어지며 호불호를 자아냈다.
이는 리메이크의 성패는 원작을 뛰어넘는 한끗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그리고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관객과 시청자에게 설득해야 한다. 익숙함만으로 관객을 불러올 수 없는 시대에 리메이크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문턱이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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