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차일드는 하이업엔터테인먼트가 스테이씨 (STAYC) 이후 약 6년 만에 선보인 걸그룹이다. 지난 4월 데뷔 싱글 'We Are UNCHILD'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당초 지난 2일 두 번째 디지털 싱글 'TiNG TiNG'을 발매할 예정이었다. 로고와 티저 등 컴백을 위한 사전 콘텐츠도 공개됐다.
그러나 소속사는 지난달 24일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알렸다. 향후 일정은 확정되는 대로 안내하겠다고 했지만 약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새로운 발매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그룹의 향후 활동을 둘러싼 여러 추측까지 등장했다.
언차일드의 컴백 연기 배경과 온라인에서 제기된 해체설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인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것보다 데뷔 이후 시장의 반응이 올 때까지 활동을 이어가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첫 앨범에서 곧바로 흥행하지 못하면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만들 자금부터 고민해야 하는 게 중소 기획사의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데뷔 앨범 한 장을 만드는 데 100억 원이 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습생 기간의 레슨과 숙소, 인건비부터 곡과 안무 제작, 녹음,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음악방송 활동, 마케팅까지 데뷔 전후로 돈이 들어갈 곳이 많다. 여기에 인지도가 없는 신인은 한 차례 활동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싱글과 미니앨범을 여러 차례 내며 팬덤을 확보할 때까지 후속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한 중소형 소속사 대표는 "걸그룹 하나를 만들고 2년가량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약 140억 원에 달한다"며 "갈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K팝의 평균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결과다. 대형 기획사가 높은 제작비를 들여 음악과 영상, 퍼포먼스, 콘텐츠를 한꺼번에 선보이면서 신인에게 요구되는 출발선 역시 올라갔다. 중소 기획사라고 해서 대중이 낮은 완성도를 감안해 주는 것은 아니다. 대형사 신인과 같은 유튜브와 틱톡 화면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
자본력의 차이는 데뷔 앨범보다 그 이후의 활동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연간 평균 음악 제작비는 431억 1000만 원으로, 중소기업의 14억 9000만 원과 약 29배 차이가 난다. 개별 아이돌 그룹에 투입되는 비용을 직접 비교한 수치는 아니지만, 첫 활동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때 다음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의 격차를 보여준다.
전환점은 데뷔 직후가 아닌 시간이 흐른 뒤에 찾아왔다. 멤버들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콘텐츠가 예상 밖의 관심을 끌면서 그룹 자체로 시선이 옮겨갔고, 기존 발표곡 'LOVE ATTACK'까지 다시 주목받았다. 뒤늦은 관심은 음원과 음반 성적으로도 이어졌다. 신보 초동 판매량은 데뷔 당시보다 크게 늘어 10만 장을 넘어섰고, 광고와 대학 축제 등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
리센느의 사례는 작은 회사에서도 콘텐츠와 음악을 계기로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다른 질문도 남긴다. 리센느 역시 대중의 관심이 찾아올 때까지 활동을 계속했기에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중소 기획사와 대형 기획사의 자본력 차이는 존재했다. 달라진 것은 한 번의 기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장이 요구하는 기본값이다. K팝의 세계적인 성장과 함께 음악과 퍼포먼스, 영상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작은 회사가 시행착오를 감당할 여지는 줄었다.
과거 중소돌에게 필요했던 것이 판을 뒤집을 한 번의 '기회'였다면 지금은 그 기회를 만날 때까지 버틸 '시간과 돈'이 더욱 중요해졌다. 높아진 K팝의 완성도가 역설적으로 신인에게 더 높은 진입 장벽이 된 셈이다. 자본력은 이제 성공의 크기뿐 아니라 성공에 도전할 수 있는 횟수까지 결정하고 있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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