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남: 더 레드'(감독 백종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유일한 스펙인 취준생 석환(구교환)이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의문의 추격을 당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부활남'으로 구교환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타이틀 롤'이 됐다. 달라진 위치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그는 "변화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답했다.
구교환은 "어렸을 때부터 성이 구씨라 학급에서도 앞번호를 많이 맡았다"고 웃으며 "어떤 역할을 해도 항상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 2분을 나올 때도 저 혼자서는 주인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역할을 하든 제가 1번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기 때문에 딱히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너무 오만한가?"라며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제 장면에서는 제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교환이 '부활남'을 선택한 건 단순히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에 끌렸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로맨스"라며 "이번 작품은 감독님을 비롯해 강기영 배우, 신승호 배우, 김시아 배우 등 평소 궁금했던 분들과 처음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을 하고 나니 다시 만나고 싶은 배우들이 됐다"며 "촬영 내내 요리하듯이 잘 지냈던 것 같다. 카페에서 음악을 서로 들으면서 파운데이션을 발랐던 기억도 난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구교환은 "저는 영화 속 머리가 더 좋다. 거칠고 생생하고 머털도사 머리처럼 자극적이고 인위적으로 빨갛지 않나"라며 "그런 부분이 석환이라는 인물을 만드는 데도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포스터 속 빨간 머리로 촬영했다면 한 테이크가 끝날 때마다 계속 거울을 봤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극 중 동생 예린 역의 김시아와는 실제 25살의 나이 차이를 넘어 남매로 호흡을 맞췄다. 43세인 구교환은 18세 김시아와 남매를 연기하는 데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영화를 보면 나이 차이가 납득되는 이유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정신 못 차리고 우기는 배우가 되지 않겠나. 아저씨가"라며 웃었다.
김시아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도 억지로 거리를 좁히려 하지 않았다. 구교환은 "친해지려고 일부러 다가가지는 않았다. 시간이 중요했던 것 같다"며 "처음부터 뭔가를 하기보다는 서로 침묵하고 싶으면 침묵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말문이 툭툭 열리는 시점이 있지 않나. 자연스럽게 있으려고 했고 끝나고 보니 친해져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시아의 연기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구교환은 "시아 배우는 분석력이 뛰어난데 현장에서 그 분석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도 잘한다. 그런 부분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계속 붙잡고 있다가 테이크가 시작되면 대본을 버려버리는 느낌이 있다. '왜 저렇게 잘할까, 좋은 걸 많이 보고 자랐나' 싶더라"며 "좋은 에너지가 있고 감각적으로도 뛰어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감독 경험이 있는 구교환은 김시아를 '배우'로서도 욕심냈다. 그는 "제가 영화를 만들 기회가 생긴다면 시아 배우와 꼭 한번 하고 싶다"며 "그때 시아 배우가 가수 겸 배우로 나오고 저는 매니지먼트 관계자로 출연해야겠다"고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구교환은 당시 발언에 대해 "'핑계고'에서 한 이야기는 지독한 농담이고 재미있자고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작년 '핸섬가이즈'가 흥행하면서 '탈주'가 개봉했는데, '핸섬가이즈'를 보러 왔던 분들이 '탈주'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고 '탈주도 보러 갈까?' 하는 아주 훈훈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탈주', '핸섬가이즈', '하이재킹' 등이 함께 걸리면서 극장이 붐볐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모든 작품이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다양한 영화가 있고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저 역시 관객으로서 신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모두의 흥행을 바란다는 훈훈한 답변을 이어가던 구교환은 이내 자신의 '진짜 욕망'도 슬쩍 꺼내놓기도 했다. 그는 "너무 착한가? 솔직한 욕망을 이야기할까요?"라며 웃었다. 구교환은 "극장에 사람들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맛집이 있으면 그 골목에 사람들이 많지 않나. 저는 웨이팅을 안 좋아해서 줄이 길면 다른 곳에 가보는데, 가보면 다른 곳도 맛있더라"며 극장가를 맛집이 모인 골목에 빗댔다. 그러면서 "'부활남'은 웨이팅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바람을 내비쳤다.
최근 쉴 틈 없이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마지막날 개봉한 '만약에 우리'를 시작으로, 올해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군체', '부활남: 더 레드', 연말 개봉 예정인 '폭설'까지 5편이 연이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구교환은 "제 직업이 배우인데 연기할 수 있는데 연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 재미있게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세히 보면 다들 하는 만큼 하고 있는데 제가 하는 건 유독 티가 난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왜 나는 이렇게 티가 많이 나지?"라며 웃었다. 이어 "주변 배우들을 보면 저보다 많이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저한테는 '너 아프지는 않니', '힘들지는 않니'라고 한다"며 "배우로서 작품을 할 기회가 생기면 스탠다드한 양을 해치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대인사 역시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탈주'도 그만큼 했고 '군체'도 그만큼 했다. 저는 언제나 무대인사를 그렇게 했다. 30일 연속으로 한 적도 있다"며 "'꿈의 제인' 때부터 이어온 오랜 전통이다.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들과 일정이 맞는 한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교환에게 무대인사는 단순한 홍보 일정이 아니다. 그는 "극장에 가는 것도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 중 하나다. 프로모션이 아니라 프로덕션이다. 아직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개봉하면 작품에 대한 이야기나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나. 그것들도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 하나"라며 "IPTV까지 가기 전까지는 영화가 계속 완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활남: 더 레드'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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