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성, 연상호 감독, 김현주가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배현성, 연상호 감독, 김현주가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연상호 감독이 어머니가 연습장에 쓴 3페이지짜리 이야기에서 출발한 '실낙원'으로 또 한 번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30년 연기 내공을 쏟아낸 김현주와 기존의 순한 이미지를 벗고 서늘한 얼굴로 변신한 배현성이 9년 만에 재회한 모자로 만나 극단적인 감정을 그린다. 연상호 감독은 스스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 예고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실낙원'(감독 연상호)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했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됐으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아시아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지난해 '얼굴'에 이어 2년 연속 토론토영화제를 찾은 연상호 감독은 "극장 앞에서 팬들과 만나는 게 토론토의 시그니처다. 항상 '사람 없으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갔을 때도 '박정민('얼굴' 주연) 이 정도라고?' 깜짝 놀랐는데, 이번에도 깜짝 놀랐다"며 현지 반응을 전했다. 또한 "'내가 이렇게 팬이 많나?' 건방져 졌다"면서 "호텔에 들어가는데 어떤 외국 분이 자기 3시간 기다렸다더라. 그래서 오라고 해서 사진 찍어드렸는데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묻더라"며 폭소케 했다.

김현주는 "반겨주시고 아는 체 해주셔서 감사했다. 첫선을 보이는 거니 긴장했다. 한국에서 덜 떨릴 줄 알았는데, 더 떨린다"고 국내 정식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배현성은 "토론토영화제는 처음이라 긴장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저도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처음 봤다. 관객들 반응을 살펴보니 긴장하면서 봐주더라.
배우 배현성, 김현주가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배우 배현성, 김현주가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실낙원'의 시작은 연상호 감독의 어머니가 쓴 이야기였다. 연 감독은 "'군체' 개봉 당시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나온 메이킹 영상을 보시고는 '네가 그렇게 고생하는지 몰랐다'며 갑자기 우셨다. 그런데 제가 고생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들의 창의력을 놀라워한 어머니에게 연상호는 "한글만 할 줄 알면 다 쓴다"고 했다고. 이어 이후 명절에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연습장에 3페이지 정도의 이야기를 써두셨더라. 그게 '실낙원'의 원안"이라고 밝혔다.

연 감독은 어머니에게 해당 원안을 구매했다고도 밝혔다. 얼마에 샀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낮춰서 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그 원안을 바탕으로 세 가지 정도의 버전으로 이야기를 썼고, '실낙원'이 마지막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연상호의 아내도 창작의 욕심을 보였다. 연상호 감독은 "저희 아내한테 '실낙원'을 보여줬다. 저희 아내는 어머니가 썼다는 걸 알잖나. 재밌는 게, 저희 아내가 자기 얘기를 카톡으로 이만큼 보냈더라"며 손을 넓게 펼쳐보였다.

아내가 쓴 이야기도 나오냐는 물음에 "지금 쓰고 있다. 언제 나올지 모르겠는데, 아내 꺼는 얘기가 더 어렵더라. 내용들이 다 다크하다. 이게 진짜"라며 고개를 가로저어 웃음을 안겼다. 또한 "온 가족이 심연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폭소케 했다.
배우 김현주가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배우 김현주가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김현주는 엄마 류소영 역을 맡았다. 극 중 류소영은 9년 전 캠핑스쿨 사건으로 아들을 잃고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 안에서 다시 아들의 곁에 서는 엄마가 되지만,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 돌아오며 아들의 낯선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다.

김현주는 "저는 대본을 한 번 읽을 때 각을 잡고 있어야 한다. 처음 읽었을 때 감정이 거의 전부다. 캐릭터의 마음을 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기의 결이 제가 그나마 제일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겠다고 덜컥 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쉽진 않더라"고 털어놓았다.

김현주와 4번째 작업인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 배우 연기의 정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김현주 배우는 연기하는 걸 보면 드래곤볼의 초사이어인, 200km를 달리는 F1 레이서 같다"고 극찬했다. 김현주는 "너무 그러지 마라"며 쑥스러워했다.
배우 배현성이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배우 배현성이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배현성은 9년 만에 돌아온 캠핑스쿨 실종 사건의 생존자 류선우 역을 맡았다. '지옥2'에 특별출연한 것 외에 연상호 감독과 본격적인 작업은 처음인 배현성은 "대본이 몰입되고 좋았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연기와 다른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저 스크린 개봉하니 예쁘게 봐달라"며 미소를 유발했다.

극 중 류선우는 엄마가 기억하던 9년 전 순수한 아이가 아닌 낯선 모습을 보여준다. 배현성은 "그동안 나는 힘들게 살아왔는데, 9년간 AI 아들과 살아왔다는 엄마에게 서운하고, 원망도 있었을 것 같다. 선우의 그런 어두운 감정을 드러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는 '9년 만에 만난 낯선 모자 관계'라는 설정 탓에 촬영장에서 배현성과 일부러 거리를 두려 했다. 김현주는 "교감이 많이 생기다 보면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배현성은 "저는 그때도 친하다고 생각했다"며 웃음을 안겼다.

모자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칭찬했다. 김현주는 "제 아들인데 너무 잘생겼다"는 생각을, 배현성은 "우리 엄마인데 너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고.

김현주는 "이 얼굴이 선우에 어울릴까 했는데, 연기할 때는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에는 순둥순둥하고 귀엽다. 촬영 들어가서 선우가 되면 눈빛이 달라진다. 서늘한 공기를 순간적으로 확 만든다. 놀라웠다"고 칭찬했다. 또한 "배우는 눈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연기하는 배현성의 눈을 살펴보면 깊고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 장점이다. 앞으로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연상호 감독이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연상호 감독이 '실낙원'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윤지인 기자
저예산 '얼굴'부터 상업영화 '군체'까지 근래 다양한 장품을 선보이고 있는 연상호는 "사명감보다는 저에산 영화 재밌고 좋다. 상업영화 감독님들한테도 요즘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로 브랜드를 만들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메인연니버스'와 '마인연니버스'와 같은 식으로"라는 썰렁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얼굴', '실낙원' 등이 글로벌 관객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를 묻자 연상호는 "피부에 와닿는 소셜 이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른바 '심연'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려운 딜레마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가정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관객들이 반응해준 이유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예전에 인디할 때부터 어두운 얘기를 많이 해왔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어두운 이야기다. 엔딩이 논란 될 수 있다. 가장 호불호 갈릴 작품인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공감해준 이들이 많았던 이유는 요즘 시대에 한번쯤 상상해봄직한 이야기라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30년간 쌓아온 김현주 표 연기의 진가가 담겼고, 배현성 배우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실낙원'은 오는 10월 21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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