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년 전 해맑게 웃던 정동하의 얼굴이 7년 만의 새 앨범 표지가 돼 돌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갈망을 좇아온 그는 이제 목적지에 닿는 순간보다 그곳을 향해 걷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는다. 정동하가 긴 음악 여정 끝에 발견한 '오아시스'다.
정동하는 17일 서울 중구 텐아시아 사옥에서 만나 지난 6일 발매된 새 미니 앨범 '오아시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놨다. 정동하는 오랜만에 손에 쥔 실물 앨범을 바라보며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행복을 차분히 되짚었다.
이번 앨범의 재킷에는 약 40년 전 촬영한 정동하의 어린 시절 사진이 담겼다. 소속사의 요청으로 찾은 사진을 AI 기술로 복원해 앨범 표지로 완성했다. 정동하는 "요즘은 실물 앨범을 자주 내는 환경이 아니지 않나. 오랜만에 실물 앨범을 손에 쥐니 감동적이었다"며 "제 어린 시절 사진까지 들어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진 속에서 참 해맑게 웃고 있더라"고 밝혔다.
그는 어린 시절의 얼굴을 보며 자신이 살아오면서 갈망하고 잊어버린 것들을 돌아봤다고 했다. 정동하는 "어릴 때는 작은 것들을 꿈꿨다. 100점을 맞고 싶다거나, 선물을 받고 싶다거나. 그런 것들을 이루는 게 몇 번 반복되면서 당연해지고, 더는 행복으로 느끼지 못한 채 또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동하는 앨범명 '오아시스'가 인생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갈망하는 것들을 좇으며 사막을 헤매고, 가끔 만난 또 다른 오아시스에서 한 모금 축인 뒤 다시 길을 나선다. 그게 인생인 것 같다"고 했다.
타이틀곡 '오아시스'는 정동하가 작곡가에게 받아 소속사에 제안한 곡이다. 당시 소속사는 리메이크곡을 타이틀로 내세우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었지만, 정동하는 자신의 평소 생각과 맞닿은 가사와 멜로디에 끌려 이 곡을 선택했다.
정동하는 노래의 첫 가사인 "상상했던 꿈들에 쉽게 닿으면 그댄 정말 행복할까요"를 언급하며 "평소 생각하던 내용과 똑같았다.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게임 속 '치트키'에 빗댔다. 정동하는 "어릴 때 게임에서 치트키를 쓰면 금방 흥미를 잃고 게임을 하지 않게 됐다. 무언가를 쉽게 이루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어디에서 행복을 찾고, 성취감은 어디에서 얻는가를 생각하게 됐다"며 "행복했던 순간을 돌아보면 늘 무언가를 이뤄가는 과정이 있었다.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가 열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부활의 보컬로 데뷔한 정동하는 이제 밴드에서 활동한 시간보다 솔로 가수로 활동한 기간이 훨씬 길다. 그럼에도 여전히 따라붙는 '부활 출신'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을 나타냈다. 정동하는 "죽을 때까지 영광으로 여길 수식어"라며 "저에게 세상과 만나게 해준 첫 번째 문이 부활이었고, 두 번째 문이 KBS2 '불후의 명곡'이었다"고 애정을 보였다.
정동하는 최근 선배 가수 김종서, 김경호와 함께 라이브 클립을 촬영했다. 그는 "회사에서 요청했는데 두 분이 '동하가 한다니까 가야지'라며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정말 감사했다. 현장도 화기애애했다"며 "두 형님의 머릿결이 여전히 참 좋고 찰랑거리더라"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데뷔 22년 차에도 무대를 향한 설렘은 변하지 않았다. 정동하는 "무대에 서는 것을 한 번도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여전히 너무 설레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신나게 놀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천 번 부른 노래도 지겨웠던 적이 없다. 노래하고 호흡하면서 단 한 번도 같은 숨을 쉰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관객과 날씨, 그날의 분위기가 모두 다르니 공연의 의미와 색깔도 매번 달라진다"고 했다.
정동하에게 무대는 여전히 '오아시스'다. 그는 "무대 위에 서 있을 때 정말 행복하다. 모든 무대가 소중하고, 더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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