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숙려캠프'는 17일 100회를 맞이한다. 2024년 파일럿 방송으로 첫발을 뗀 뒤 갈등을 겪는 부부가 가사조사와 전문가 상담, 조정 과정을 거치며 관계를 돌아보는 포맷으로 자리 잡았다. 100회에 이르는 동안 70쌍이 넘는 부부의 사연을 조명했다. 서장훈 소장의 직관적인 조언과 박하선, 이동건 가사조사관의 공감, 이호선 상담가의 상담에 변호사들의 전문성이 더해진 결과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다만 100회를 맞이하기까지 프로그램의 기틀을 다졌던 원년 멤버 진태현에 대한 언급은 끝내 찾아볼 수 없었다. 진태현은 파일럿부터 가사조사관으로 활약하며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공감을 샀으나, 지난 4월 제작진의 일방적인 하차 통보 논란 속에 갑작스럽게 프로그램을 떠났다. 100회라는 유의미한 이정표를 세운 자리에서도 초기 공신을 향한 언급은 배제돼 씁쓸함을 남긴다.
100회라는 숫자가 아직은 조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장 힘든 순간과 부부 사이의 문제를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용기를 내어주신 출연자분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100회라는 성취감보다는 그동안 정말 많은 부부의 삶과 관계를 들여다봤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래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Q. '이혼숙려캠프'를 연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프로그램을 맡기 전에는 저도 부부의 갈등을 보면서 '누가 잘못했을까'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부부를 만나면서 부부 문제는 단순히 옳고 그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있지만, 그 과정에는 두 사람이 오랜 시간 만들어온 관계의 방식이 숨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누가 잘못했지?'보다 '두 사람은 왜 이런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하게 됩니다. 갈등을 보여주는 것과 갈등의 이유를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가볍게 소비되지 않도록 하고, 그들의 마음과 관계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프로그램을 맡은 이후 새롭게 고민하거나 시도한 부분이 있다면?
부부의 상담 과정을 조금 더 깊이 가져가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방송에서는 약 30분 정도로 편집되지만 실제 캠프에서는 훨씬 긴 시간 상담을 진행하며 부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관계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자녀 심리 상담을 신설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부부의 갈등 속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아이들의 마음까지 들여다보고 이를 부모에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촬영 이후에도 원하는 경우 부부와 자녀의 심리 상담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2박 3일의 캠프가 단순한 방송 촬영을 넘어 실제로 부부가 자신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고, 이를 통해 가족 모두가 행복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Q. 서장훈 소장, 박하선·이동건 가사조사관은 '이혼숙려캠프'의 중요한 축이다. 제작진이 바라보는 세 사람의 강점과 역할은?
같은 부부를 보더라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서장훈 소장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을 굉장히 직관적으로 짚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때로는 냉정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결국 이 관계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하선, 이동건 가사조사관은 부부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관찰하면서 시청자들이 놓칠 수 있는 감정과 관계의 이면을 발견해 줍니다. 세 분이 각자 다른 온도와 시선으로 부부를 바라보기 때문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관계를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Q. 이호선 상담가의 상담과 조정 과정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프로그램에 함께하는 전문가분들은 출연 부부에 대한 애정이 정말 깊습니다. 사전에 영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부부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고 오십니다.
이호선 상담가는 직설적인 조언을 통해 부부가 자신의 행동을 직면하도록 하면서도,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합니다. 특히 겉으로 다소 거친 모습이 있는 사람에게도 긴 상담을 통해 상처를 끄집어내고 치유하며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냅니다. 변호사들은 이혼과 재산, 양육권 등 감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을 짚어주고요. 상담이 부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면, 변호사들의 조정은 그 마음을 현실의 언어로 정리해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처음에는 서로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부부가 작은 변화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서로에게 화만 내던 사람들이 상담을 거치면서 처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거나 '당신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극적인 화해가 아니더라도 관계가 달라지는 시작은 의외로 아주 작은 곳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로를 처음으로 '갈등의 상대방'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Q. 100회를 넘어 '이혼숙려캠프'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나아가길 바라는지?
앞으로는 더 다양한 모습의 부부와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대화가 끊어진 부부, 오랫동안 서로에게 무관심해진 부부, 경제적인 문제나 육아, 가족 관계처럼 현실적인 문제로 멀어진 부부들의 이야기도 다루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찾아내는 것을 넘어 부부 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의 갈등과 해소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100회까지 함께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혼숙려캠프'는 '이혼을 해라' 혹은 '이혼을 하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전에 자신의 관계를 충분히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결국 제목에 있는 '숙려'라는 과정 자체가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은 100회가 되었지만, 오히려 많은 부부들을 만나고 나니 사람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한 번쯤 '나는 상대방에게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100회까지 함께해 주시고 출연자들의 변화를 응원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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