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식이 영화 '인턴' 주연을 맡았다.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우 최민식이 영화 '인턴' 주연을 맡았다.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우 최민식에게 '대배우', '연기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40년 넘게 연기했고, 한국 영화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작들을 남겼다. 그럼에도 최민식에게서는 자신의 경력을 앞세우는 모습보다 여전히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고 배우려는 신인의 얼굴이 먼저 보였다.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인턴'의 주인공 최민식을 만났다. '인턴'은 동명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론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한소희 분)의 회사 우투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다.

최민식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 중 하나는 '어울리는 것'이었다. 작품 속에서만 화합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자신보다 훨씬 어린 배우들과 섞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투투 식구들과 재미있게 놀았어요. 논다는 게 작업을 대충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요즘 선배들과 작업한 것보다 후배들과 작업한 게 9할 정도예요. 이 친구들과 화합하지 않으면 작품이 안 나옵니다."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최민식이 극 중 회사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최민식이 극 중 회사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극 중 젊은 여성 CEO가 운영하는 패션회사에 입사하게 된 기호는 어린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신조어를 배운다. 실제로 최민식은 한소희를 비롯해 류혜영, 박예니, 김요한 등 젊은 세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감다뒤, 어쩔티비 등과 같은 신조어를 확실하게 알게 됐다. 재밌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며 웃음을 안겼다.

"줄임말이 그거 말고도 수도 없이 많더라고요. 우리 때도 '뻐꾸기'라는 단어가 있었어요. '뻐꾸기'라는 말을 쓰면 어른들한테 혼났는데…. 모르는 말들도 많았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언어가 생겨나는 게 재밌어요."
"저는 물이 되려고 노력해요. 네모난 그릇이면 네모나게, 세모난 그릇이면 세모나게 들어가려고  하죠."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저는 물이 되려고 노력해요. 네모난 그릇이면 네모나게, 세모난 그릇이면 세모나게 들어가려고 하죠."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함께 호흡을 맞춘 한소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선배의 권위보다 동료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앞섰다. 최민식은 "젊은 여배우이고 패셔너블하고 신세대이지 않나. 내가 언제 또 그런 배우들과 연기해보겠나 싶었다"며 "의외로 굉장히 털털하고 소탈했다. 먼저 다가와 줬고 쿨하고 명쾌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소희에게서 연기에 대한 절실함을 봤다고 했다.

"이 친구가 이 작품에 목숨을 걸었구나 싶었어요. 나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외형적인 조건 자체도 좋으니 또 다른 줄스(원작 캐릭터명), 한국형 줄스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전 만족합니다. 결국 배우에겐 '해내고야 말겠다'는 절실함이 있어야죠."

두 사람의 호흡이 빛난 순간도 있었다. 극 중 기호가 선우에게 아버지처럼 큰소리를 내는 장면이다. 최민식은 사전에 한소희에게 자신의 연기 계획을 알리지 않고 김도영 감독에게만 귀띔한 뒤 실제 촬영에서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소희가 진짜로 놀랐어요. 그런데 그 대사를 온전히 받아주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게 그겁니다. 기호에게 선우는 대표님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딸처럼 느껴요. 아버지가 딸에게 '너 왜 정신 안 차려?!'라고 하는 감성을 이 친구가 받아준 거죠. 커트하고 나니 소희가 '선배님 왜 그래요' 하더라고요. 자기도 정말 놀란 거죠. 하하."
배우 최민식이 영화 '인턴'에서 실버 인턴 기호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우 최민식이 영화 '인턴'에서 실버 인턴 기호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40년 넘는 경력을 가진 배우지만 감독 앞에서 자신의 연륜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최민식은 "감독과 배우가 계급장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그럴 거면 군대 가서 말뚝을 박아야 한다"며 "작품이 원하는 시퀀스와 정서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물이 되려고 노력해요. 네모난 그릇이면 네모나게, 세모난 그릇이면 세모나게 들어가려고 하죠. 어울리는 게 중요합니다. 배우로서 나이 먹는 게 좋아요. 이해의 폭이 얄팍할 때 표현하는 것과 지금 표현하는 것은 다르죠.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 그때는 안 보였던 장면들이 보이는 것처럼요."

'연기의 거장'이라 불리는 배우는 여전히 새로운 연기를 궁금해 하고 있다. 어쩌면 최민식이 오랜 시간 대배우의 자리를 지켜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죽을 때까지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욕심이 점점 더 생겨요. 이제 조금 알 것 같거든요. 이런 것도 표현하고 싶고 저런 것도 표현하고 싶어요. 단편적인 것 말고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요. 젊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죠."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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