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Entertainment’s new headquarters, designed by architect Hyunjoon Yoo / Hyunjoon Yoo + Partners
JYP Entertainment’s new headquarters, designed by architect Hyunjoon Yoo / Hyunjoon Yoo + Partners
JYP엔터테인먼트(JYP)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신사옥 건립 사업이 철수 기로에 놓였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JYP 신사옥 예정지 옆에 있던 공원 부지를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는 땅으로 팔 수 있게 되면서다. JYP는 당초 계획과 달리 신사옥 옆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당초 신사옥 건물의 목적인 프라이버시 보호 등의 목적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사옥 프로젝트는 보류됐고, JYP는 철수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일 텐아시아 취재에 따르면 SH는 지난달 31일 JYP에 신사옥 앞 자족지원시설용지를 다시 공원 부지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 JYP 측은 이날 텐아시아에 "SH공사로부터 해당 공원 부지의 원상회복이 어렵다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 이에 당사는 향후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H가 예정대로 부지를 매각하면, JYP 신사옥 바로 옆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JYP는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통합 신사옥 건립을 추진해 왔다. 2023년 10월 SH로부터 고덕강일지구 유통판매시설용지 2블록 내 토지 1만675㎡를 약 755억원에 낙찰받았다. 신사옥은 연면적 약 6만9259㎡, 지하 5층∼지상 17층 규모로 계획됐다. 약 800석 규모의 공연장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휴식 공간도 포함됐다. 지난 4월 건축허가를 받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문제는 신사옥 예정지 남측 약 20m 거리에 있는 1만3261㎡ 규모의 부지에서 발생했다. JYP가 신사옥 부지를 매입할 당시 공원용지였던 땅이 자족지원시설용지로 변경된 것이다. 용도 변경에 따라 해당 부지에는 용적률 400%를 적용받는 18∼19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JYP 신사옥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다.
박진영 / 사진=텐아시아 DB
박진영 / 사진=텐아시아 DB
SH는 고덕강일지구 내 학교시설 설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에 따라 녹지 1%를 축소했다고 설명해 왔다. 다른 녹지는 원형보존지 등으로 지정돼 축소하기 어려워 해당 공원 부지의 용도를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SH는 약 1039억원에 부지 분양을 추진했으나 1차 공급은 신청자가 없어 유찰됐다. 다만 용도가 공원으로 환원된 것은 아니어서 향후 같은 부지를 다시 공급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JYP는 지난 6월 "당사는 최초 분양 당시 고지된 토지 환경과 사업적 가치를 신뢰하고 매입을 진행했다"며 "이후 발생한 주변 환경의 전례 없는 변경은 구성원 프라이버시 보호 및 사옥의 물리적 보안 나아가 당사 비즈니스 전반에 막대한 지장과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최초 매입 당시의 토지 환경이 확보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철수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공원 부지의 원상회복을 사업 지속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공원 부지의 용도 변경은 단순히 신사옥의 조망을 가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신사옥의 핵심 설계와 엔터테인먼트 사옥에 필요한 보안 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게 JYP 측의 판단이다.
Rendering of JYP Entertainment’s new headquarters / Gangdong District Office
Rendering of JYP Entertainment’s new headquarters / Gangdong District Office
JYP 신사옥은 건물이 중앙의 마당을 둘러싸는 중정형으로 설계됐다. 건물에 둘러싸인 중정은 외부 시선을 차단해 소속 연예인과 임직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야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중정의 일부 공간은 시민에게 개방하고, 앞쪽 공원과 연계해 사옥과 지역사회를 잇는 소통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시민과의 접점을 만들려는 설계다.

신사옥 설계를 맡은 유현준앤파트너스 대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텐아시아와의 통화에서 공원 부지의 용도 변경으로 당초 설계의 핵심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고 진단했다.

신사옥 바로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중정과 공원을 잇는 개방성은 사라지는 반면, 건물 내부는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유 교수는 "1층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것과 일반 시민들이 20층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중정이 훼손되며 기존 의도와 달리 평범한 사옥이 지어질 수밖에 없는 위기"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공원 부지를 반드시 전부 원상회복하지 않더라도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같은 면적을 개발하되 공원의 위치를 대로변 쪽으로 옮겨 신사옥과 고층 건물 사이의 거리를 확보하거나, 높이 규제를 통해 저층 개발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그는 "SH가 현재 계획을 유지하는 상태에서도 절충안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주변 토지 매입자들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SH가 공원 부지의 원상회복이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JYP가 제시했던 사업 지속의 전제는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JYP가 고덕 신사옥 사업에서 실제로 철수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공원 회복이 불가능할 경우 철수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이번 답변을 계기로 신사옥 사업의 향방을 결정하기 위한 내부 검토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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