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불상부터 70대 노인 분장까지, 기획 의도를 잃고 콩트로 전락한 '살림남'. / 사진제공=KBS
불상부터 70대 노인 분장까지, 기획 의도를 잃고 콩트로 전락한 '살림남'. / 사진제공=KBS
KBS2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가 본래의 기획 의도를 잃어버렸다. 스타들의 진솔한 일상과 생활 밀착형 살림을 보여주며 공감을 사야 할 관찰 예능이 자극적인 설정극과 1차원적 코스튬플레이로 채워지면서다. 그 중심에 선 박서진 남매의 에피소드는 공영방송 예능인지, 개인 유튜브인지 분간하기 힘들 만큼 작위성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수준 떨어져" 혹평 쏟아졌다…막장 콩트 된 박서진, '살림남'의 선 넘은 억지극 [TEN스타필드]
2024년 1월 '살림남'에 합류한 박서진은 극심한 낯가림과 가족사로 인해 닫혀 있던 일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주목받았다. 여기에 여동생 박효정과 티격태격하는 '현실 남매 케미'까지 더해지며 단숨에 시청률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남매의 활약이 화제를 모으자, 방송의 초점이 점차 자극적인 상황극과 인위적인 설정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재미 대신 자극적인 웃음을 노린 장치들이 끼어들면서 연출의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지난 4월 방송에서는 여동생 효정의 '교통사고 꾀병 소동'이라는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실제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동생을 극진히 간병하던 중, 휠체어를 타고 시장에 간 동생이 멀쩡히 걸어가 핫도그를 사 먹고 전력 질주로 도망치는 반전을 콩트처럼 연출했다. 실제 부상 환자를 두고 꾀병 몰래카메라를 찍는 설정은 웃음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박서진 동생이 '국중박 분장놀이'를 위해 호랑이, 불상으로 분장했다. / 사진제공=KBS
박서진 동생이 '국중박 분장놀이'를 위해 호랑이, 불상으로 분장했다. / 사진제공=KBS
7월에는 기괴한 분장극으로 역풍을 맞았다. 박서진은 '국중박 분장놀이'에 참가한다며 동생에게 노란 쫄쫄이를 입혀 호랑이로 만들더니, 머리에 초코 과자를 붙이고 금색 보자기를 둘러 '황금 불상'으로 변신시켰다. 동생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희화화하며 기괴한 행색으로 거리를 활보하게 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수준 떨어진다", "공영방송 맞냐", "괴기스럽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제작진과 박서진은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전혀 읽지 못한 모양새다. 꾀병 자작극과 쫄쫄이 불상 쇼로 뭇매를 맞고도, 불과 두 달 만에 또다시 1차원적 장치를 꺼내 들었다.
박서진의 70대 노인 분장 체험이 예고됐다. / 사진제공=KBS
박서진의 70대 노인 분장 체험이 예고됐다. / 사진제공=KBS
오는 5일 방송에서 박서진은 72세 아버지를 이해하겠다며 특수 분장을 통해 40년을 뛰어넘은 '70대 노인'으로 변신한다. 거동이 불편해진 아버지의 하루를 체험해 보겠다는 취지라지만, 설정 자체가 지나치게 인위적이다. 여기에 예고 없이 찾아온 부모님이 나이 든 아들의 분장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는 식의 억지 감동 클리셰까지 얹어졌다.

'살림남'은 제목 그대로 '살림하는 남자들'의 현실적인 생활상을 다루는 관찰 예능이다. 실제로 박서진은 지난 4월 방송에서 "출연 2년 만에 처음으로 살림을 해본다"는 자막이 달릴 정도로 프로그램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왔다. 살림과 일상은 온데간데없고, 매주 어떤 자극적인 콩트와 콘셉트를 들고나올지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자극의 강도만 높이는 관찰 예능은 대중의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기획 의도를 벗어난 무리한 분장과 작위적인 상황극이 반복되는 지금, 제작진에게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연출 방향성에 대한 점검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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