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연출 김홍선)의 주연을 맡은 배우
설경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 그리고 형사 순용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1967년생인 설경구는 이번 작품에서 사채업자 노자를 연기했다. 환갑을 앞둔 나이지만 밤길을 뛰고 거친 장소를 오가는 액션도 직접 소화했다. 설경구는 "걱정이 꽤 됐다. 밤에 뛰는 장면이 많았는데 바닥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 않나. 대나무밭 같은 곳에서는 발을 잘못 디디면 발목이 크게 다칠 수도 있어서 그런 걱정을 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이가 액션 연기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앞으로 저한테 액션 작품이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작품은 해야 하니까 재미있게 했다. 액션과 나이는 그렇게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에 들어간 뒤에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설경구는 "둘이 차 안에서 찍는 장면이 많아서 계속 같이 있었다. 준열이가 호기심도 많아 편하게 대화를 많이 했다"며 "작품 외적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도 하고 '그때는 어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작품 이야기만 하면 재미없지 않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류준열은 대선배인 설경구에게도 거리낌 없이 연기 의견을 냈다고. 설경구는 "준열이가 '형, 이렇게 하면 어때요?'라고 하면 '되게 좋은 것 같은데? 한번 해볼까' 하고 해봤다"며 "제가 했던 것과 감정이 완전히 달라지는 건 아니더라도 볼륨을 크게 하거나 낮추면서 다른 옵션을 만드는 거다. 편집했을 때 또 다른 분위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준열이는 정말 열심히 한다. 많은 걸 준비해온다"며 "자기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상대의 것도 보면서 같이 만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의견이 있으면 거침없이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았다"고 칭찬했다.
설경구에게 후배가 선배의 연기에 의견을 내는 것은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선후배가 어디 있겠나. 처음부터 제가 그런 의견을 차단했다면 준열이도 이야기하지 않았겠지만, 의견을 주는 게 좋으니까 계속 들었다. 그러면서 대화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민하가 '윤아 언니, 경구 아저씨'라고 한다. 제가 민하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봤으니 그 아이 눈에는 아저씨였던 거다"라며 "민하가 커서 만난 사람이 송윤아 씨니까 언니라고 부르는 거다. 그렇다고 제가 '왜 쟤는 언니고 나는 아저씨냐. 오빠라고 불러라'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웃었다.
수줍음 많던 '옆집 꼬마'에게서 배우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한 것도 설경구였다. 김민하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함께 노래방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민하 부모님과 술을 마시다가 노래방에 갔는데 민하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었다. 평소와 완전히 다른 얼굴로 노래를 즐기더라"며 "소름이 돋아서 '쟤 뭐야? 쟤 배우 시켜요. 쟤 배우네'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김민하의 어머니는 당시 "고3한테 바람 넣지 말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고. 설경구는 "그런데 노래할 때 표정이 확 바뀌었다가 끝나고 다시 평소 표정으로 돌아오더라. 그걸 보면서 '쟤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민하는 실제 진로를 바꿔 설경구의 학교 후배가 됐다.
설경구는 "배우를 하면서도 편하게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사람이다. 지금 다 내려놓은 건 아니지만 그런 과정이 온다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를 먹으면서 여유가 생긴 것도 있다. 이 일이 제일 좋지만 때가 되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집착하고 오기를 부리는 것보다 내려오는 과정도 좀 멋있었으면 좋겠다. 죽을 때도 겔겔거리기보다 의연하게 죽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자연스럽게 절주하게 된 것을 배우 생활을 빗대기도 했다. 설경구는 "술을 많이 줄였는데 자연스럽게 줄어들더라. 그게 좋았다. 죽을 때까지 술은 조금씩 마시고 싶다"며 "이쪽 일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현장을 떠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설경구는 "계속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현장이 너무 좋다. 촬영장은 부담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가장 엔도르핀이 도는 곳이기도 하다"며 "짜증이 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희로애락이 다 있다. 그래서 작게라도 계속 현장에 있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