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밥'이 오는 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
'아버지의 집밥'이 오는 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
익숙한 모바일 화면에서만 보던 숏드라마가 극장에도 걸린다. 영화 ‘왕의 남자’, ‘동주’, ‘자산어보’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첫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이 오는 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모바일에 맞춘 세로형 화면을 극장에서 그대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아버지의 집밥’은 극장에서 146분의 러닝타임으로 상영된다. 정진영, 이정은, 변요한 등이 출연한다. 극장 개봉 이후에는 레진스낵에서 짧은 에피소드 단위로 나눠 공개된다. 하나의 콘텐츠를 극장과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각각 유통하는 셈이다.

그동안 굵직한 장편 영화를 만들어왔던 이준익 감독이 숏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이주목할 만하다. 세로형 화면은 단순히 스마트폰에 맞춰 화면을 잘라내는 수준이 아니라 촬영 단계부터 기존 영화·드라마와 다른 구도를 요구한다. 넓은 공간과 배경을 활용하는 가로형 화면과 달리 세로형은 인물의 얼굴과 몸짓을 크게 담아 인물의 감정을 밀착해서 보여주는 데 유리하다.
'아버지의 집밥'이 오는 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
'아버지의 집밥'이 오는 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
‘아버지의 집밥’은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됐다. 당시 관객들 사이에서는 처음에는 세로 화면이 낯설었지만 갈수록 몰입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는 모바일에서 소비되던 세로형 콘텐츠가 극장에서도 하나의 관람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숏드라마 산업도 눈에 띄게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글루, 레진스낵 등 숏폼 플랫폼이 시장을 넓히고 있고, 티빙은 2025년에 자체 숏드라마를 선보였다. 올해 서울드라마어워즈는 숏폼 부문을 신설했다. 숏드라마가 하나의 독립적인 영상 형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콘텐츠 자체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숏드라마는 짧은 시간에 시청자를 붙잡아야 하는 만큼 강한 후킹을 앞세운 콘텐츠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집밥’은 오랫동안 가족의 밥상을 책임져온 엄마와 가족 관계를 다루는 가족극이다. 자극적인 소재보다 기존 영화·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다뤄온 따뜻한 이야기를 숏드라마 문법 안으로 옮겼다. 여기에 영화·드라마에서 활동하던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여하면서 두 영역의 경계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
'아버지의 집밥'이 오는 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
'아버지의 집밥'이 오는 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
세로형 콘텐츠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 역시 새로운 시도다. 스마트폰에서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9:16 비율이 극장에서는 대형 스크린의 일부만 사용하는 형태가 된다. 그럼에도 극장은 전통적인 기존의 가로형 장편 영화를 넘어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형 콘텐츠를 상영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아버지의 집밥’의 극장 상영은 숏드라마 시장뿐만 아니라 영화계, 극장계에도 새로운 콘텐츠 제작, 유통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모바일에서 시작된 세로형 콘텐츠가 기존 영상 산업과 만나 어떤 새로운 흐름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