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셰프인 정호영은 결승 메뉴로 우동을 선택했다. 우동 전문점 '카덴'을 운영하고 있는 정호영에게 우동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다. 서바이벌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메뉴를 택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전략이다. 오히려 결승까지 올라온 참가자라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식을 꺼내는 것이 당연하다.
결승이 시작되고 이를 바로 포착한 평가단도 있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모카세' 김미령 셰프는 메뉴를 살펴보며 카덴에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메뉴가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다. 심사에 참여한 사람조차 정호영 셰프의 업장을 떠올렸다는 점은 이번 룰의 허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호영은 이미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유명 셰프다. 그가 운영하는 업장 역시 여러 방송과 콘텐츠를 통해 알려졌다. 카덴의 우동은 정호영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가운데 하나다. 그런 상황에서 실제 업장에서 사용하던 식기와 익숙한 구성까지 그대로 등장한다면 이름표를 가린 것만으로 완전한 블라인드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스레파'는 그동안 공정성을 강조해왔다. 블라인드가 필요한 라운드에서는 출연자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펜싱 마스크를 씌웠고, 재료비를 계산할 때는 100원 단위까지 따질 만큼 세밀한 기준을 적용했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결승에서 생긴 허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제작진이 결승을 블라인드 심사로 설계했다면 단순히 셰프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수준에서 끝낼 일이 아니었다. 출연자의 대표 업장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식기와 플레이팅, 메뉴판 이미지 등도 사전에 점검했어야 했다.
블라인드 심사는 참가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까지 최대한 제거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100원까지 계산하며 공정성을 챙겼던 '스레파'이기에 이번 결승의 빈틈은 더욱 뼈아프다.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블라인드라면, 굳이 블라인드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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