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광’은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 분)와 남미(하지원 분) 앞에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가정이 무너진 뒤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동주가 범죄 사건에 휘말리자 그를 구하기 위해 흩어졌던 이들은 다시 연대한다. 영화 ‘미쓰백’에서 세상에서 외면받은 여성과 아이의 구원 서사를 담아냈던 이지원 감독은 이번에는 가족의 구원 서사를 그렸다.
영화는 동주를 둘러싼 사건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붙인다. 문제는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제법 길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이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 과거를 오가면서 차근차근 설명한다. 필요한 과정이지만 빌드업이 길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묵직해 초반 속도는 다소 더디게 느껴진다. 속도감을 중시하는 관객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지점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가족의 연대와 사랑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청소년 범죄부터 추리, 언론과 정치 세력의 암투까지 여러 소재가 등장한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은 가족이 다시 하나로 모이는 장치로 쓰이지만, 저마다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될 법한 이야기가 연이어 등장하다 보니 뒤죽박죽 섞인 느낌이 든다. 촬영 후 5년 만에 개봉하는 작품인 만큼 인물들의 대사나 분위기가 올드하다는 인상도 받는다.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극장은 분명 시원한데도 영화를 보는 내내 꿉꿉한 습기가 느껴졌다. 비 오는 날의 습기와 한여름의 열기, 인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의 냄새까지 느껴질 만큼 화면의 질감이 살아 있다. 류승룡도 앞선 인터뷰에서 ‘비광’의 매력으로 이 같은 점을 꼽았다. 가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전형적인 한국형 신파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상업영화로서의 대중성은 약하다. 굵직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주기보다는 가족의 감정과 관계에 무게를 둔다.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가장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감독의 의도는 읽힌다.
다만 최근 관객들이 기대하는 빠른 속도감이나 통쾌한 결말, 화려한 볼거리와는 거리가 있다. 현재 극장에는 ‘스파이더맨’(감독 데스틴 크리튼),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즉각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9월에는 여러 한국 영화의 개봉도 예정돼 있다.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등 좋은 패가 모였지만, 관객이 극장을 찾게 만드는 대중성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 남는다. 오는 9월 2일 개봉.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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