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광'이 오는 9월 2일 개봉한다. / 사진=텐아시아DB
영화 '비광'이 오는 9월 2일 개봉한다. / 사진=텐아시아DB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은 완성도가 높다. 그런데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류승룡, 하지원을 비롯해 김시아, 김선영 등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인물과 공간의 질감을 살린 연출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사건이 주는 긴장감이나 이를 해소하는 통쾌함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대중성에는 물음표를 남긴다.

‘비광’은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 분)와 남미(하지원 분) 앞에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가정이 무너진 뒤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동주가 범죄 사건에 휘말리자 그를 구하기 위해 흩어졌던 이들은 다시 연대한다. 영화 ‘미쓰백’에서 세상에서 외면받은 여성과 아이의 구원 서사를 담아냈던 이지원 감독은 이번에는 가족의 구원 서사를 그렸다.
'비광'은 추락한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다. / 사진제공=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비광'은 추락한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다. / 사진제공=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영화는 8년 전 화려했던 삶과 현재의 대비를 극명하게 표현한다. 잘나가던 야구선수였던 중구는 과거 스캔들로 인해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다. 톱스타였던 남미는 굼벵이와 개구리 등을 먹방 하는 리포터로 방송일을 이어간다. 화투패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비광’처럼 이들은 분명 ‘광’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어딘가 모자라고, 어디에서도 온전히 환대받지 못한다.

영화는 동주를 둘러싼 사건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붙인다. 문제는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제법 길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이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 과거를 오가면서 차근차근 설명한다. 필요한 과정이지만 빌드업이 길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묵직해 초반 속도는 다소 더디게 느껴진다. 속도감을 중시하는 관객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지점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가족의 연대와 사랑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청소년 범죄부터 추리, 언론과 정치 세력의 암투까지 여러 소재가 등장한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은 가족이 다시 하나로 모이는 장치로 쓰이지만, 저마다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될 법한 이야기가 연이어 등장하다 보니 뒤죽박죽 섞인 느낌이 든다. 촬영 후 5년 만에 개봉하는 작품인 만큼 인물들의 대사나 분위기가 올드하다는 인상도 받는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 사진제공=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배우들의 연기력은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 사진제공=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여러 작품에서 부성애를 표현했던 류승룡은 ‘비광’에서 가장 투박하고 거친 부성애를 보여준다. 하지원도 기존 이미지를 벗고 담배를 피우고 욕을 하는 등 거칠고 강렬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중구의 가족으로 등장하는 김해숙, 김선영, 노영민은 애드리브와 대사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제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김시아 역시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극장은 분명 시원한데도 영화를 보는 내내 꿉꿉한 습기가 느껴졌다. 비 오는 날의 습기와 한여름의 열기, 인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의 냄새까지 느껴질 만큼 화면의 질감이 살아 있다. 류승룡도 앞선 인터뷰에서 ‘비광’의 매력으로 이 같은 점을 꼽았다. 가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전형적인 한국형 신파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상업영화로서의 대중성은 약하다. 굵직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주기보다는 가족의 감정과 관계에 무게를 둔다.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가장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감독의 의도는 읽힌다.

다만 최근 관객들이 기대하는 빠른 속도감이나 통쾌한 결말, 화려한 볼거리와는 거리가 있다. 현재 극장에는 ‘스파이더맨’(감독 데스틴 크리튼),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즉각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9월에는 여러 한국 영화의 개봉도 예정돼 있다.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등 좋은 패가 모였지만, 관객이 극장을 찾게 만드는 대중성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 남는다. 오는 9월 2일 개봉.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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