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데뷔 20주년 월드투어의 막을 올렸다. 현장에서는 오래 전 출시된 구형 응원봉과 최근 판매된 신형 응원봉이 나란히 빛났다. 관객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오랜 팬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관객, 친구끼리 공연장을 찾은 10대도 눈에 띄었다. 공연 전부터 온라인에는 빅뱅 콘서트에 간다는 어린 팬들의 게시물이 이어졌다. 가족을 따라온 관람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규 팬덤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10대가 빅뱅을 만난 경로는 기존 팬들과 다르다. 2000년대 빅뱅의 전성기를 실시간으로 경험한 것이 아니라 지드래곤과 태양, 대성의 최근 개인 활동을 통해 멤버를 먼저 알게 된 뒤 그룹의 음악을 찾아 듣는 식이다. 멤버들은 음악과 패션, 예능, 유튜브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대중과 접점을 만들었다.
부모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빅뱅을 들으며 성장한 세대가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음악을 들려주거나 함께 공연장을 찾으면서 취향이 다음 세대로 전달됐다. 부모에게는 추억인 노래가 자녀에게는 새롭게 발견한 음악이 된 셈이다.
빅뱅의 무대 방식도 10대에게는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멤버별로 뚜렷한 음색과 캐릭터를 지녔고 정형화된 군무보다 라이브와 현장 호흡에 무게를 둔다. 기성 팬에게 익숙한 빅뱅의 색깔이 현재의 아이돌 무대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오히려 낯설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여기에 20주년 공연의 희소성이 더해졌다. 그룹 공연이 잦지 않았던 만큼 어린 팬들에게 이번 콘서트는 영상으로만 접하던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이 공연장까지 이어지면서 빅뱅의 과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새로운 관객을 불러들이는 자산이 됐다.
후배 아이돌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제 아이돌의 수명은 기존 팬이 얼마나 오래 남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룹의 공백기에도 개인 활동으로 새로운 접점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아 들을 음악과 무대를 남긴다면 다음 세대가 팬덤에 합류할 수 있다. 솔로 활동은 그룹과 멀어지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대중을 다시 그룹으로 데려오는 통로가 될 수 있으며, 군 복무나 장기 공백도 이전만큼 치명적인 단절이 아닐 수 있다.
물론 모든 장수 그룹이 빅뱅과 같은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대를 건너 살아남은 히트곡과 멤버별 인지도, 현재의 무대로 과거의 명성을 납득시킬 실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빅뱅 팬덤은 한 세대가 다른 세대로 교체된 것이 아니다. 오랜 팬들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 그 위에 10대가 새롭게 더해졌다. 스무 살이 된 빅뱅의 'LAST DANCE'(라스트 댄스)가 아직 멀어 보이는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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