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이 '경주기행' 개봉을 앞두고 소감을 밝혔다.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정은이 '경주기행' 개봉을 앞두고 소감을 밝혔다.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현장에 가면 물론 지칠 때 많죠. 하지만 언젠가 쉴 날이 올 텐데 지금은 현장에 있는 게 좋아요. 늘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오는 성취감이 좋습니다."

배우 이정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할매' 촬영으로 밤을 새우는 날도 많다는 그는 영화 '경주기행'(감독 김미조) 인터뷰 당일에도 단 1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 취재진을 만났다. 지친 기색보다는 작품을 향한 의욕을 내보인 이정은은 "영화가 궤도에 올라야 하니까 괜찮다"며 웃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경주기행'은 수학여행 중 살해당한 막내딸 경주를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서는 네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정은은 딸을 잃고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엄마 옥실 역을 맡았다.

이정은은 네 모녀를 연기한 배우 가운데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는 김미조 감독이 그려낸 '끝까지 가는 이야기'를 꼽았다. 그는 "사적 제재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가족관계 속에서 감춰져 있던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는 부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주인공이니까"라고 덧붙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정은이 막내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하는 엄마 옥실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정은이 막내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하는 엄마 옥실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엄마로 분했던 이정은은 '경주기행'에서는 또 다른 모습의 엄마를 그려냈다. 옥실의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소는 부스스한 머리였다. 막내딸이 죽은 뒤 슬픔에 빠져 자기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는 인물의 모습을 외형에 담은 것. 이정은은 "자기를 돌볼 시간이 없는 사람이나 신경조차 쓸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머리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옥실이 왜 세 딸까지 기행에 끌어들였느냐는 질문에는 "옥실은 가족과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엄마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막내딸 경주가 자신의 눈앞에 없을 때 살해됐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했다.

옥실의 세 딸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연기했다. 이정은은 세 배우의 합류 소식을 듣고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특히 공효진과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다시 한번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 이정은은 "영화에 합류한 공효진이 '엄마한테 힘을 많이 실어주고 싶다'고 했다"며 "동백꽃 때 내가 딸을 버렸는데…딸 키운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소담과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대립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모녀가 됐다. 박소담은 앞서 '경주기행' 제작보고회에서 갑상샘암 투병 당시 이정은이 새벽에도 찾아와 이야기를 들어주는 등 자신을 살뜰히 챙겨줬다고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정작 이정은은 이를 두고 "새벽에 찾아갔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소담이가 얘기하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이 정도로 선행을 했단 말이야?'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정은이 '경주기행' 극장 관람을 당부했다. / 사진=텐아시아DB
이정은이 '경주기행' 극장 관람을 당부했다. / 사진=텐아시아DB
극 중 살인자로 출연해 이정은과 결렬하게 대립하는 변요한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이정은은 "변요한의 살인마 연기가 너무 무서웠다"라고 털어놨다. 변요한이 어떻게 등장할지 모르는 상태로 연기하다가 그가 등장하자 무서운 나머지 도망가서 NG를 내기도 했다고. 이정은은 "너무 무서우면 역할에서 빠져나오게 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정은이 '경주기행'에 합류한 뒤 실제 개봉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캐스팅 이후 약 1년을 기다려 촬영에 들어갔고, 촬영을 마친 뒤에도 약 2년이 지나 관객과 만나게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개봉을 앞둔 만큼 작품을 향한 애정도 컸다.

이정은은 "'경주기행'은 가족이 기행을 부리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기행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많은 분이 한국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극장에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관람을 당부했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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