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안 연애'는 인간과 AI의 실제 감정 교류 가능성을 실험하는 관찰 연애 리얼리티다. 영화 'Her'(2014)에서나 보던 SF적 상상력을 현실 예능으로 끌고 들어왔지만, 태블릿을 들고 다니며 기계와 대화하는 포맷은 시청자에게나 출연자에게나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는 소재다. 자칫 민망한 작위적 상황극으로 비칠 위험도 컸다.
기안84의 매력은 AI를 대하는 예측 불가의 태도에 그대로 묻어났다. 감각이 없는 AI가 "바람이 좋다"고 말하자 "기계여도 대화에 진정성을 가져라.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 마라"며 사과까지 받아내는 집요한 '잡도리'는 기안84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기계라는 한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잔소리를 퍼붓다가도, 로또 번호를 묻는 순간에는 당첨금을 혼자 다 갖겠다고 눈을 반짝이는 속물적인 솔직함까지 숨기지 않았다.
기안84의 하드캐리에도 프로그램 자체를 둘러싼 숙제는 남아 있다. 연애 프로그램이라고 내세웠지만, AI와 소통하는 연출과 구성 탓에 "도무지 감정선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시청자 반응이 적지 않다. 여기에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극한84' 등 이미 다수의 방송을 통해 기안84와 호흡을 맞췄던 장도연, 강남과의 패널 조합 역시 "믿고 보는 안정적인 티키타카"라는 평가와 "어디서 본 듯해 다소 기시감이 든다"는 아쉬움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억지 설렘 대신 솔직한 '현타'와 당혹감을 예능적 무기로 승화시킨 '기안84 표 날것의 매력'만큼은 확실하게 살아났다는 평가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파격적인 소재와 1%대라는 아쉬운 첫 성적표 속에서, 낯선 판의 숨통을 틔운 기안84의 활약이 입소문을 타고 '기이안 연애'의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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