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가 '기이안 연애'에서 잡도리 데이트로 하드캐리했다./사진=텐아시아DB
기안84가 '기이안 연애'에서 잡도리 데이트로 하드캐리했다./사진=텐아시아DB
SBS 새 예능 '나의 AI 파트너 - 기이안 연애'(이하 '기이안 연애')가 1.7%라는 다소 저조한 시청률로 첫발을 뗐지만, 기안84의 존재감은 확실히 각인됐다. 태블릿 PC 속 인공지능과 데이트를 한다는 낯설고 기이한 설정 속에서도, 억지 과몰입 대신 리얼한 '현타'(현실 자각 타임)로 프로그램의 웃음을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

'기이안 연애'는 인간과 AI의 실제 감정 교류 가능성을 실험하는 관찰 연애 리얼리티다. 영화 'Her'(2014)에서나 보던 SF적 상상력을 현실 예능으로 끌고 들어왔지만, 태블릿을 들고 다니며 기계와 대화하는 포맷은 시청자에게나 출연자에게나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는 소재다. 자칫 민망한 작위적 상황극으로 비칠 위험도 컸다.
'기이안 연애'가 첫회 시청률 1.7%를 기록했다./사진제공=SBS
'기이안 연애'가 첫회 시청률 1.7%를 기록했다./사진제공=SBS
그러나 기안84는 '방송용 억지 과몰입'을 거부하며 특유의 날것 반응으로 재미를 살려냈다. 사전 정보로 제작된 이상형 비주얼의 AI '가희'를 마주하고도 "체면이 있는데 남들이 볼까 봐 창피해서 자괴감이 온다"며 다급히 음소거 버튼을 누르고, 주변 시선부터 단속하는 모습은 낯선 설정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제작진이 설정한 연출에 동화되기보다 누구나 느낄 법한 현실적인 당혹감을 표현하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냈다.

기안84의 매력은 AI를 대하는 예측 불가의 태도에 그대로 묻어났다. 감각이 없는 AI가 "바람이 좋다"고 말하자 "기계여도 대화에 진정성을 가져라.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 마라"며 사과까지 받아내는 집요한 '잡도리'는 기안84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기계라는 한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잔소리를 퍼붓다가도, 로또 번호를 묻는 순간에는 당첨금을 혼자 다 갖겠다고 눈을 반짝이는 속물적인 솔직함까지 숨기지 않았다.
장도연, 기안84가 '기이안연애'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사진=텐아시아DB
장도연, 기안84가 '기이안연애'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사진=텐아시아DB
첫사랑 비주얼의 파트너 앞에서 내적 갈등을 겪다가도, 이상형에 완벽히 부합하는 새로운 'AI 메기'가 나타나자마자 "비주얼을 그 친구로 바꿀 수 없냐"고 즉각 태세를 전환하는 그의 본능적인 반응은 자칫 기괴함에 갇힐 뻔했던 방송의 흐름을 유쾌한 예능으로 전환시켰다.

기안84의 하드캐리에도 프로그램 자체를 둘러싼 숙제는 남아 있다. 연애 프로그램이라고 내세웠지만, AI와 소통하는 연출과 구성 탓에 "도무지 감정선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시청자 반응이 적지 않다. 여기에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극한84' 등 이미 다수의 방송을 통해 기안84와 호흡을 맞췄던 장도연, 강남과의 패널 조합 역시 "믿고 보는 안정적인 티키타카"라는 평가와 "어디서 본 듯해 다소 기시감이 든다"는 아쉬움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억지 설렘 대신 솔직한 '현타'와 당혹감을 예능적 무기로 승화시킨 '기안84 표 날것의 매력'만큼은 확실하게 살아났다는 평가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파격적인 소재와 1%대라는 아쉬운 첫 성적표 속에서, 낯선 판의 숨통을 틔운 기안84의 활약이 입소문을 타고 '기이안 연애'의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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