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유부녀 킬러'의 파죽지세 흥행 속에서 영화 '경주기행'(감독 김미조)의 개봉을 기다리는 배우 공효진의 얼굴에는 불안함 대신 편안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25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 속에서 비로소 찾아낸 마음의 평정, 그리고 결혼 후 더 넓어진 가족의 품 안에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초 스케줄 문제로 출연을 한 차례 거절했던 공효진을 다시 움직인 건 대본의 여운과 '엄마' 이정은이었다. 공효진은 "대본을 읽고 너무 뭉클했다. 고사한 뒤에도 반년 동안 '어떻게 돼가고 있냐'며 계속 물었다"며 "이정은 선배님이 엄마 역을 한다는 소식에 그 연기를 눈앞에서 꼭 보고 싶었다. 박소담, 이연까지 동생들이 붙으니 그림이 더 선명해졌고, 다시 제안이 왔을 때 운명이라 느껴 잡았다"고 밝혔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한 번 더 '모녀의 인연'을 맺은 이정은을 향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공효진은 "선배님은 코믹을 비롯해 감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끊임없이 영감을 준다. 혼이 나간 듯한 표정 하나만으로 소름이 돋는다. 얼굴과 머리 스타일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라고 극찬했다. 그는 극 중 엄마의 오른팔 역할을 살리기 위해 이정은을 따라 퍼런 눈썹 타투까지 하는 등 디테일한 캐릭터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가족'으로 뭉친 배우들은 실제로 여행도 함께할 만큼 끈끈하게 지냈다고. 그 비결에 대해 공효진은 "20대, 30대, 40대, 50대가 모이면서 세대가 완전히 다르다 보니 시기나 질투 없이 서로 싸울 일이 전혀 없었다. 세대가 달라 좋을 수밖에 없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파스타',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동백꽃 필 무렵' 등 드라마 중에서도 유독 지상파 방영작에서 더욱 큰 성과를 내온 공효진. "나는 공중파가 맞는 게 아닌가 싶다. 어르신들이 날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캐릭터를 감사히도 잘 만났구나 싶다"며 겸손했다.
오랜 시간 톱배우로서 자리를 지켜온 공효진은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한층 성숙해진 내면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별로다', '부었다', '인상을 너무 썼다' 등 단점만 보였다"며 "그때는 계속 발전해야 하는 시기라 그게 건강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너무 나를 인정하지 못하고 즐기지 못했구나 싶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예전에는 커리어와 사람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내 인사이드와 정신 건강, 행복을 더 생각한다. 질타든 칭찬이든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작품의 성공을 함께 나눌 가족이 늘어난 만큼 그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도 훨씬 커졌다. 공효진은 "드라마가 좋은 시청률을 내면서 축하를 받았다. 남편에게도 고맙다고 했더니 '왜 나한테 고맙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 기쁨이 배가된 것 같다. 자기도 함께 기쁠 수 있으니까'라고 답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많은 식구들이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더 풍만한 기쁨으로 다가온다"고 이야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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