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경주기행'(감독 김미조)에 출연한 배우 이연을 만났다. 이달 26일 개봉하는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복수의 여정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이다. 이연은 프로 레슬링 선수 출신인 셋째 딸 동주 역을 맡았다.
김 감독은 이연의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제안을 건넸다. SNS DM으로도 연락했다고. 이연은 "한번 거절했던 작품이 어떤 타이밍에 다시 들어와 할 수 있게 되면 '내가 해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생각하고 잡는다"고 합류 배경을 밝혔다.
프로 레슬러 출신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남달랐다. 액션스쿨 훈련은 물론 체중을 무려 10kg이나 증량했다. 이연은 "근육이 잘 안 붙는 체질이라 살을 찌워야 태가 나더라. 일본에서 실제 프로레슬링 경기도 봤다. 타격할 때 살에서 나는 '촥촥' 소리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또한 "살을 찌우는 건 너무 행복했는데, 감량할 때는 요요를 막기 위해 굶지 않고 유산소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며 힘들게 뺐다"고 설명했다.
날것의 에너지를 살리기 위해 현장에서 욕설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편집될 걸 알면서도 대사 앞에 욕을 먼저 뱉고 시작하면 에너지가 완전히 다르다. 가장 빠른 반응으로 욕이 튀어나오도록 훈련했다"며 웃었다.
극 중 가족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변요한을 향한 존경과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정은 선배는 열정 그 자체"라며 "차에 점프해 들어가는 액션신은 정말 대단했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슛 들어가기 전 둘 다 으르렁대며 신의 상태를 만드는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했다. 공효진에 대해서는 "화면에 자신이 어떻게 나오는지 다 알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똑똑한 베테랑"이라며 감탄했다. 박소담에 대해서는 "한 번도 NG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함께 여행한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정은 선배가 영화 '좀비딸'을 촬영하던 때 다 같이 사천 현장으로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소담 선배가 쏘카(카셰어링)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예약하더라. 예약스킬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말 좋은 데이트 상대겠다. 이걸 다 이렇게 하네? 정말 좋은 데이트 상대잖아? 좋은 연애를 하시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연은 "작품 두 편 찍으면 거의 1년이 간다. 계절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른 채 서른이 넘었다. 직업에만 모든 정체성을 두면 어떤 어른이 될지 살짝 두렵더라"며 "영화 '절해고도' 이후 캐릭터뿐 아니라 인간 이연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소신을 지켜온 자신과 이를 믿어준 주변인들을 떠올리며 감정이 벅차오른 듯 눈물을 쏟았다. 눈물을 닦아낸 그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도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와 회사에 고맙다"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두 번째 눈물은 '경주기행'을 통해 느껴본 상실의 아픔을 꺼내놓을 때였다. 이연은 "경주기행'이 다 끝나고 알게 된 건데, 저는 아직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없더라.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간접적 경험을 했다"며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이연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민들레 씨앗'에 비유했다. 그는 "잘 익은 민들레 씨앗을 병에 보관해 둔 느낌이다. 뚜껑을 열면 시간의 바람에 다 날아갈까 봐 두려운데, 그 씨앗이 바로 '경주'였다"고 덤덤히 이야기했다. 이어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누군가의 실연과 상실을 100% 공감할 순 없을 거다. 하지만 연기를 통해 어느 정도 공감해 볼 수 있었다"며 깊은 여운을 전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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