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경주기행'(감독 김미조)에 출연한 배우 이연을 만났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복수의 여정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이다. 이연은 프로 레슬링 선수 출신인 셋째 딸 동주 역을 맡았다.
극 중 날것의 생활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이연은 "편집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욕을 정말 많이 했다"고 밝혔다. 욕설을 뱉으며 격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한 것. 그는 "속으로 욕하면서 연기하는 것과 대사 앞에 한번 뱉고 시작하는 건 에너지가 다르다. 저는 평상시에 욕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지만, 욕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이어 "아마도 가장 큰 노력이라고 한다면 액션, 그리고 빠른 반응으로 욕이 먼저 나오도록 훈련한 것인 것 같다"고 했다.
'소년심판'을 비롯해 독보적인 개성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연은 지나온 시간에 대해 "저는 연기가 좋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일해왔다. 저는 감정적, 정신적으로 무리한 선택을 하진 않았다. 하기 싫은데 해야하는 작품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잘 나아가고 있다는 데 감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번 촬영을 시작하면 시간을 많이 쓴다. 작품 두 편 찍으면 거의 1년이 간다. 계절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른 채 서른이 넘었다. 직업에만 모든 정체성을 두면 어떤 어른이 될지 살짝 두렵더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 '절해고도' 이후 캐릭터뿐 아니라 인간 이연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려 했다. 훌륭한 선배님들과 작업하며 역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정신적인 성장을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이연은 소신껏 살아온 자신, 그리고 자신의 소신을 존중해준 이들을 떠올리다 감정이 벅차올라 갑작스레 눈물을 흘렸다. 눈시울을 붉힌 그는 "그런 선택을 해온 스스로한테도 고맙고 회사에도 고맙다"며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도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잘하고 있는 거 같다. 앞으로도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연은 '경주기행'이 남긴 울림을 이야기하던 중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이연은 "'경주기행'이 다 끝나고 알게 된 건데, 저는 아직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없더라.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간접적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연은 자신이 느낀 상실의 경험을 '민들레 씨앗'에 비유했다. 그는 "잘 익은 민들레 씨앗을 병에 보관해 둔 느낌이다. 이 뚜껑을 열면 시간의 바람에 민들레 씨앗이 다 날아갈까 봐 두려운데, 그 씨앗이 바로 '경주'였다"고 말했다. 울컥해 흐르는 눈물을 닦은 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누군가의 실연을 100% 공감할 순 없을 거다. 하지만 연기를 통해 어느 정도 공감해 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경주기행'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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