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가 아내 김지민에게 변기를 자신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소개하고 있다. /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캡처
김준호가 아내 김지민에게 변기를 자신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소개하고 있다. /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캡처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가 또 한 번 프로그램 정체성과 동떨어진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최근 기획 의도와 무관한 방송으로 지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일반인 사업가의 대형 사업장을 장시간 조명하며 '미우새' 본래의 취지가 흐려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미우새' 말미에는 기혼자인 김준호와 돌싱 임원희가 함께 등장했다. 김준호가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흐름으로 시작된 장면은 아내 김지민과의 영상 통화를 거쳐 다수의 변기가 진열된 한 사업장 소개로 이어졌다.

이후 등장한 인물은 이른바 '변기왕'으로 불리는 일반인 사업가였다. 그는 "26살에 변기 사업을 시작해 41년째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1980년대 신축 아파트 개발이 활성화되던 시기 변기를 대규모로 납품하며 10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캡처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캡처
방송은 이후 해당 사업장의 이색 아이템을 차례로 보여주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축구선수 손흥민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축구공 변기, 변기 레스토랑, 변기 모양 과일 보관함 등이 소개됐다. 임원희는 사업장을 둘러보며 리액션을 하거나 화장실과 관련한 과거 에피소드를 전했고, 김준호는 리포터처럼 질문을 이어갔다.

문제는 이 장면이 약 22분가량 전파를 타는 동안 '미우새'의 핵심 취지와 맞닿는 지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혼, 이혼, 연애, 가족 관계 등 프로그램이 그동안 다뤄온 정서와 연결되는 내용도 거의 없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코너는 미혼·돌싱 아들의 일상 관찰이라기보다 사업장 탐방에 가까운 인상을 남겼다.

'미우새'는 미혼 혹은 돌싱 아들의 일상을 어머니들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예능이다. 그러나 이날 방송분은 이 같은 기획 의도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김준호와 임원희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분명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활 정보 프로그램'이나 '성공한 사업가 소개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시청자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는 공간에는 "갑자기 김준호 변기 편은 뭔가요", "지금 이게 '미우새'예요, '생생정보통'이에요?", "정말 좋아하던 예능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제목과 너무 안 어울리는 장면 아닙니까" 등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김지민 모친의 출연도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언급됐다. 이날 스튜디오에서 VCR을 지켜보는 '모벤져스' 사이에는 김지민의 어머니가 자리했다. 김지민은 지난해 김준호와 결혼했고, 김준호 역시 더 이상 미혼이나 돌싱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일부 누리꾼들은 "기혼자 어머니는 왜 나오시는 거냐", "프로그램 취지를 잃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우새'는 최근 김종민, 김준호 등 기혼 출연자들을 계속 등장시키면서 프로그램 정체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여기에 아들들의 일상보다 임신 중인 여배우의 집 소개에 초점을 맞춘 방송까지 이어지며, 본래 기획 의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

장수 예능일수록 변화는 필요하다. 출연진의 삶이 달라지고, 프로그램도 그에 맞춰 확장될 수 있다. 다만 변화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 정체성과 연결되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미우새'가 보여줘야 할 것은 단순한 화제성이나 이색 장소 탐방이 아니라,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의 일상과 관계다.

시청자 없는 프로그램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반복되는 불만을 단순한 잡음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미우새'가 공감과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선명해져야 한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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