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가 방송에서 주식 투자 성공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 사진=tvN 영상 캡처
전원주가 방송에서 주식 투자 성공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 사진=tvN 영상 캡처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전례 없는 주식 호황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예계에도 '주식 열풍'이 번지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스타들의 투자 경험담이 자극적인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투자 성공담이 주목받는 한편, 미디어가 '잭팟' 서사를 앞세워 투자 리스크를 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의 투자 경계심을 무디게 만드는 '투자 불감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전원주는 600% 대박·미자는 1억원 손실…'연예인 주식 썰전' 위험한 판타지 [TEN스타필드]
최근 방송에서 조명된 연예인들의 주식 투자 사례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오랜 기간 우량주를 보유해 결실을 본 '장기 투자파'다.

연예계 재테크 고수로 꼽히는 배우 전원주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주식 투자 경험담을 공개했다. 그는 15년 전 SK하이닉스 주식을 주당 2만 원대에 매수했으며,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이 약 600%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수 소유 역시 최근 유튜브 예능에서 "주식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10년 전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에 1억 원 정도를 넣어뒀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투자로 얻은 수익금을 최근 자가 마련에 보탰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사례는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을 운용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기루가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신기루가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문제는 미디어가 장기적 인내의 가치보다 고점 랠리에 올라타 단기간에 수익을 낸 '즉흥적 추격 매수' 사례를 훨씬 자극적으로 소비한다는 점이다.

최근 주식 투자에 입문한 코미디언 신기루는 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주식을 어제 처음 시작했다. SK하이닉스를 주당 146만 원에 들어갔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162만 원이 됐더라"며 "돈은 이렇게 버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 1만 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송인 미자의 사례 역시 개인 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위험한 투자 패턴을 보여준다. 미자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건설주에 투자했다가 "들어간 지 며칠 만에 마이너스 20%가 됐다. 1억 원을 잃었다"고 손실을 고백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동생이 SK하이닉스로 4배 이상 수익을 낸 모습을 본 뒤, 자신도 약 270만 원어치를 다시 매수했다. 미자는 SNS를 통해 "방금 하이닉스 들어갔다. 이번에도 잃으면 내 인생 주식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철저한 기업 분석보다 시장의 상승 분위기와 주변의 성공담에 기대어 고점에서 뒤늦게 매수에 나서는 전형적인 추격 매수 양상이다. 방송과 SNS가 이러한 장면을 흥미 위주로 소비할수록, 투자 리스크보다 수익 가능성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자가 자신의 주식 투자 상황을 공유했다. / 사진=미자 SNS
미자가 자신의 주식 투자 상황을 공유했다. / 사진=미자 SNS
예능판 '주식 썰전'이 지닌 가장 큰 위험성은 투자 리스크를 희화화한다는 데 있다. 방송은 연예인들이 주식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손실을 본 사연을 자막과 효과음으로 포장해 가벼운 개그 소재처럼 소비한다. 대박의 달콤함과 손실의 가벼움이 번갈아 노출되는 사이, 투자에 따르는 위험성은 흐려진다.

장기 투자자들이 10년 넘게 시장의 등락을 견뎌온 시간은 쉽게 도외시된다. 대신 "하루 만에 급등했다"는 결과론적 성공담만 자극적으로 부각된다. 이 과정에서 주식 투자가 충분한 분석과 인내가 필요한 자산 운용이 아니라, 운 좋게 올라타면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처럼 비칠 수 있다.

전문가의 냉철한 조언이 생략된 채 예능의 형식으로 쏟아지는 연예인들의 여과 없는 주식 토크는 일반 대중의 투자 경각심을 무너뜨릴 수 있다. 실제로 전원주가 방송에서 강조한 것은 자신의 수익금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회사의 안정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 "쓰는 재미보다 모으는 재미를 가져라", "욕심 부리지 말고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제일 좋아하는 투자는 아껴서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코스피 9000 시대라는 화려한 호황 속에서 방송가는 주식 콘텐츠의 파급력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연예인의 투자 성공담과 실패담을 흥미 위주로 소비하는 방식이 자칫 대중을 무모한 투자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잭팟' 서사가 아니라 투자 리스크를 함께 보여주는 균형 감각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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