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의 오프닝 시퀀스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눈동자'의 오프닝 시퀀스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집착이 뒤엉킨다. 시력을 잃어가는 인물의 불안은 제한된 시야와 예민한 사운드로 확장되고, 배우 신민아의 눈빛은 그 긴장을 끝까지 붙든다.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초반 전개는 몰입을 이끌지만, 반전 이후의 흐름은 호불호를 남긴다. 영화 '눈동자'(감독 염지호)다.

'눈동자'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신민아 분)이 쌍둥이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면서 시작된다. 서진은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실체와 마주한다. 서진의 시야가 흐릿해질수록, 감춰져 있던 진실은 점차 선명해진다.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방향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의 두려움을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방을 가득 채운 눈동자 사진과 붉은 조명은 작품 전반에 깔린 불안을 각인시킨다. 서진의 작업실까지 침입하는 스토커 현민(이승룡 분)은 초반부터 압박감을 형성하며 긴장의 축을 세운다.
신민아가 '눈동자'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신민아가 '눈동자'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시청각적 연출도 눈에 띈다. 서진의 시야가 흐릿해질 때마다 화면 역시 뿌옇게 변하고, 관객은 인물의 답답함과 초조함을 함께 체감하게 된다. 시력이 약해지는 대신 청각이 예민해지는 설정은 사운드를 통해 구현된다.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순간들이 이어지며 장르적 긴장감을 높인다.

영화의 중심에는 1인 2역으로 극을 끌고 가는 신민아가 있다. 그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러닝타임 내내 서진의 불안과 절박함을 설득한다. 한쪽 눈동자 위치를 움직이거나, 눈에 붕대를 감은 채 맨발로 빗길을 달리는 장면에서는 인물의 공포와 생존 본능을 몸으로 밀어붙인다.
이승룡과 김남희가 '눈동자'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이승룡과 김남희가 '눈동자'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이승룡과 김남희의 존재감도 분명하다. 이승룡은 서진을 향한 맹목적인 집착을 광기 어린 눈빛과 거친 에너지로 표현하며 등장할 때마다 긴장을 끌어올린다. 김남희는 기존 작품에서 보여줬던 개성 강한 얼굴과는 다른 결의 연기로 변주를 준다. 앞서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캐릭터가 어려워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고민은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도 읽힌다.

후반부에 공개되는 반전은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다만 이 지점부터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반전을 위해 영화는 곳곳에 복선을 촘촘하게 배치했다. 숨겨진 단서를 찾아가는 재미는 있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복선 탓에 전개의 방향을 비교적 쉽게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반전 이후 전개 역시 익숙한 장르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초반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몰입감이 희석되는 순간도 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인물들의 집착과 광기, 맹목적인 사랑을 통해 '진짜 사랑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다만 이를 설명하는 후반부의 서사는 친절함을 넘어 다소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는 충분한 볼거리를 만든다. 반전의 충격보다 신민아의 눈빛이 더 오래 남는다.

'눈동자'는 오는 24일 개봉.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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