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애 예능판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사생활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ENA·SBS Plus '나는 솔로' 왕따 논란부터 채널A '하트시그널5' 불륜 의혹까지 연이은 잡음으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그러나 방송 플랫폼들은 고심 대신 더 강력한 자극을 앞세운 신작들로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웨이브는 국내 최초 양성애자 연애 프로그램인 '스탠바이미'를 오는 19일 첫 공개한다. 성별의 조건을 넘어 오직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과 사랑의 '가능성'에만 집중한다는 기획 의도를 내세웠다. 그러나 남녀가 뒤섞인 복잡한 러브라인과 성별 경계를 허문 자극적인 연출은 방송 전부터 우려의 시선을 낳고 있다. 성소수자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명목 아래, 또 하나의 '매운맛 도파민' 콘텐츠로 소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넷플릭스도 낯선 남녀가 처음부터 '침대 위'에서 소개팅을 진행하는 파격적인 설정의 오리지널 예능 '연애실험실'을 선보인다. '환승연애'와 '연애남매'를 연출한 이진주 PD의 신작으로, 오는 17일 베일을 벗는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는 처음 만난 이성이 침대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이 담겼다. 신선한 '연애 실험'이라고 강조했지만, 대다수의 장면에 농도 짙은 스킨십이 담겨 화제성을 겨냥한 노골적인 연출에 가깝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탠바이미' 티저 영상./사진제공=웨이브
연프 시장의 자극적인 경쟁이나 파격 포맷의 등장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혼숙 설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iHQ '에덴'이나 육체적 매력을 노골적으로 강조한 넷플릭스 '솔로지옥' 시리즈가 '매운맛 연프'의 시대를 열었고, 국내 최초 남성 동성애자들의 연애를 담아냈던 웨이브 '남의 연애'는 퀴어 예능이라는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에 출격을 앞둔 '스탠바이미' 역시 '남의 연애' 제작진이 선보이는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전작들의 흥행 공식을 발판 삼아 자극의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수위 연애 예능의 등장은 규제와 심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OTT 플랫폼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TV 방송의 정형화된 틀에 식상함을 느낀 대중에게 표현의 제약이 없는 OTT발 연프는 '금기를 깨는 신선함'과 '도파민의 확실한 충족'이라는 강력한 장점을 선사한다. 기존의 뻔한 연애 구도를 뒤흔드는 파격적인 실험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자유가 오직 선정성과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경쟁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고수위로 치닫는 연프 시장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역시 상반된다. "이왕 리얼리티를 표방할 거라면 숨기지 말고 화끈하게 보여주는 게 트렌디하다"며 도파민 가득한 설정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지만, "굳이 침대 위 소개팅이나 성별 파괴 같은 무리수까지 던져가며 시청률을 구걸해야 하느냐", "막장 콘텐츠와 다를 게 없다"며 피로감과 거부감을 표출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이 대중의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상업적 도구로 변질되면서 연프 본연의 가치마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연애실험실' 티저 영상./사진제공=넷플릭스
현재 연애 예능 시장의 치명적인 약점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리스크다. 신상 털기와 과거 폭로, 촬영장 내 불화 등 매 시즌 반복되는 논란에도 제작진은 이를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맷의 자극성만 극대화하는 것은 상황만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설정이 파격적이고 자극적일수록 출연자들이 짊어져야 할 사생활 노출의 위험도와 악플의 수위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거 연애 예능이 서투른 남녀가 만나 나누는 풋풋한 감정과 서사로 공감을 얻었다면, 지금의 연프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경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리스크 가득한 출연자 검증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일반인을 '도파민의 제물'로 삼아 '양성애 러브라인'과 '침대 위 첫 만남'이라는 매운맛 포장지만 갈아끼우는 예능판의 안일함이 씁쓸함을 남긴다. 진정성 있는 관계의 서사는 잃고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무리수들이 대중의 장기적인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