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누군가를 울리는 것보다, 모두를 웃게 만드는 게 더 어렵다. 특히 억지로 힘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내는 코미디는 더 그렇다. 영화 '와일드 씽'은 바로 그 어려운 걸 가볍게 해냈다.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이들의 전성기부터 추락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다시 한번 무대에 서기 위해 재결합을 추진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미 오래전 해체한 팀인 만큼 멤버들 사이 관계도 매끄럽지 않고 현실 역시 녹록지 않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모이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계속 예상 밖 사건들이 이어진다. 영화는 이들의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풀어낸다.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재결합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들도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다소 엉뚱하고 과장돼 있다. 다만 단순히 웃긴 장면만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멤버들이 왜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지, 이미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왜 또 한 번 기회를 붙잡으려 하는지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인지 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들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게 된다. 안쓰럽고 짠하면서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건네는 서사의 힘이 '와일드 씽'의 가장 큰 무기다.
한번 쓰러진 사람이 다시 일어서려는 이야기는 늘 있어왔지만 '와일드 씽'은 그 과정을 신파로 그려내지 않는다. 이들의 도전이 짠하고 안쓰럽게 느껴지는 건 억지로 감동을 주입하기보다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으며 결국 고정 프로그램에서도 밀려난 현우(강동원 분), 무대에 대한 미련을 접고 재벌가 사모로 살아가는 도미(박지현 분), 솔로 활동 실패 이후 빚만 떠안은 채 보험 영업을 하는 상구(엄태구 분), 뜻밖의 사건 이후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성곤(오정세 분)까지. 영화 속 인물들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한때 누구보다 빛났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무대에 서보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웃음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연민과 응원을 끌어낸다.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의 또 다른 수확은 오정세다. 영화 안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특유의 생활감 있는 코미디 연기가 영화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강동원이 중심에서 극을 끌고 간다면, 오정세는 영화 전체 분위기를 훨씬 편하게 풀어준다.
또한 90년대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묘한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당대의 음악, 의상, 안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그 시절을 아는 이에게는 추억을, 모르는 이에게는 신선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올 여름 가볍게 즐기기엔 '와일드 씽'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케일이 큰 묵직한 작품들이 극장가를 채우고 있는 시기에 이런 영화 한 편쯤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번 쓰러졌지만 다시 기회를 잡고 싶은 이들에게, '와일드 씽'은 꽤 조용하고 따뜻한 응원을 건넬 것으로 기대된다.
'와일드 씽', 이렇게 무해하게 웃길 수 있나. 그리고 이렇게 무해하게 뭉클할 수 있나. 오는 6월 3일 대개봉.
별점 ★★★☆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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