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생물학 박사 서영철(구교환 분)이 고층 빌딩에 신종 바이러스로 감염 사태를 일으키며 시작한다.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에 건물은 전면 봉쇄되고 생존자들은 고립된다. 처음에는 짐승처럼 기어 다니며 본능적으로 날뛰던 감염자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서운 속도로 진화한다. 네 발에서 두 발로 걷기 시작하더니 사람이라는 존재를 식별해내기도 한다.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을 이룬 그들은 소통하며 무리를 지어 생존자들을 사냥해 나간다. 이 가운데, 생명공학과 교수 권세정(전지현 분)을 비롯한 생존자들은 좀비떼의 수장이면서도 '인간 백신'으로 추정되는 서영철을 확보해 구조대가 있는 옥상으로 향하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액션 시퀀스의 타격감과 속도감도 상당하다. 폐쇄된 빌딩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좀비와 인간의 사투는 매 순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영화는 단순히 인간과 괴물의 대결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 권세정을 주축으로 한 생존자 그룹과 '인간' 서영철을 수장으로 둔 좀비 군체의 대치로 확장되는 중반 이후의 전개가 흥미롭다. 뒤틀린 가치관을 가진 한 인간의 잘못된 선택이 초래하는 파괴력이 서사적인 묵직함까지 더한다.
이외에도 지창욱, 김신록, 신현빈 등 출연 배우들의 분량 배분과 캐릭터 활용도 매끄럽다. 인물 하나하나의 개성이 살아있다. 처절한 사투 속에서 피어나는 지창욱과 김신록의 애절한 남매 서사는 자칫 차가워질 수 있는 장르물에 뜨거운 감정적 울림을 더한다.
익숙한 좀비물에 '네트워크 진화'라는 영리한 변주를 준 '군체'는 연상호 감독의 장기인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작품이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전지현의 아우라와 숨 막히는 액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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