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전지현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무지성 좀비가 아닌 학습하는 지성 좀비다. 연상호 감독이 신개념 좀비물 '군체'를 내놨다. 좀비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진화한다는 설정은 익숙한 좀비물 공식을 비틀며 색다른 긴장감을 안겼다. 여기에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전지현과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의 앙상블이 골고루 어우러지며 장르적 재미를 완성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이 참석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둥우리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다. 전지현의 11년 만에 영화 복귀작이자 연상호 감독의 신작 좀비물로 주목받고 있다.

'군체'가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면서, 연상호 감독과 주역들은 칸을 다녀왔다. 전지현은 "칸에서 막 돌아왔다. 에너지를 받고 온 기분이다. 저희 영화를 소개하는 감사한 자리였는데, 오히려 '군체'를 소개하는 데 큰 힘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구교환은 "프리미어 상영 후 새벽 3시쯤이었다.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길거리에 '군체'의 서영철이냐고 하더라. 배우가 캐릭터 이름으로 불렸을 때만큼 행복한 경험은 없는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지창욱은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제에 있다가 왔다"고 전했다. 신현빈은 "영화를 선보일 땐 항상 설레고 떨리지만, 큰 곳에서 하니 더 떨렸다. 에너지를 받았다.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즐겁다"고 했다. 김신록은 "전 세계 사람들의 영화를 향한 환대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전지현 배우 말처럼 격려가 됐다. 우리 영화를 향한 찬사이기도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찬사이기도 한 것 같다. 한국 와서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 '군체'를 보러 오는 분들에게 빨리 이 에너지를 나눠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칸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 곳에서 봐서 좋았다. 그런데 오늘 IMAX에서 같이 봤는데, 더 좋더라. 여기서 보니 더 좋더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군체'의 연상호 감독. / 사진=텐아시아DB
영화 '군체'의 연상호 감독. / 사진=텐아시아DB
'군체'의 기획 배경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작품 하면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휴머니즘이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왔다. 이 작품의 시작점은 'AI가 구동되는 원리가 재밌어서'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걸 파다 보니 인공지능이라는 게 보편적 사고의 총합 같은 느낌이더라.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 세지다 보니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지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역으로 생각해봤다. 인공지능의 세상, 집단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다움이라는 건 개별성 아닐까 생각하며 구성했다"라고 전했다.

'군체'는 진화하는 좀비에 차별점을 뒀다. 연상호 감독은 "엄청난 초고속 정보 교류를 통해 생기는 집단적 사고와 개별성의 무력함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같이 대본 쓰는 작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게 좀비물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집단으로 교류하면서 잘못된 방향이든, 옳은 방향이든 업데이트해가는 좀비를 생각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좀비들이 곳곳에 점액질을 남겨둔다. 이 점액질은 좀비들의 소통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연상호 감독은 "큰 애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집에서 그렇게 슬라임을 갖고 논다. 그런데 애들이 정말 많이 갖고 놀더라"라며 "'군체'가 잘 되면 '군체' 점액질 슬라임을 출시하면 어떨까 싶다"라고 영화 굿즈까지 제안해 폭소케 했다.
연상호 감독이 신작 영화 '군체'를 선보인다. / 사진제공=쇼박스
연상호 감독이 신작 영화 '군체'를 선보인다. / 사진제공=쇼박스
전지현은 생명공학과 교수인 생존자 그룹 리더 권세정 역을 맡았다. 액션 실력이 뛰어난 전지현은 "생명공학 교수가 이렇게 액션을 잘해도 되나 고민돼서 감독님과 상의해서 했다. 위기 상황을 모면해가야 하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하려고 했다"라고 '군체' 속 액션의 특징을 짚었다.

전지현은 소통하며 진화하는 좀비라는 설정에 눈길이 갔다. 그는 "'군체' 시나리오에서 동시적인 연결성이 흥미로웠다. 다른 좀비들은 개별적으로 통제가 불능했는데, '군체'의 좀비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화한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 유독 전지현 클로즈업이 많은 것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클로즈업은 당연하다. 영화배우이지 않나. 영화배우가 영상에 나오면 영화다. 아무래도 많이 담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작품하면서 고민했던 건 끊임없이 변화하는 룰을 관객들이 따라가게 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관객들이 룰을 놓치면 관객은 이 영화를 즐길 수 없다"라며 "룰을 찾고 그걸 깨닫는 얼굴. 어떻게 보면 권세정의 얼굴과 같다. 문장의 마침표, 명확한 쉼표처럼 반복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배우 구교환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구교환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구교환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감염 사태를 일으킨 생물학 박사 서영철을 연기했다. 좀비들의 수장인 서영철의 액션에 대해 구교환은 "몸을 거칠게 사용하려고 했다. 잠깐의 깜빡임으로도 (좀비들과의) 통신이 이뤄지는 상태를 표현해봤다. 도저히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는 손짓, 발짓 등 온몸의 근육을 써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교환이 "(연상호 감독의) 지도 하에 촬영했다"고 하자, 연상호 감독은 "저는 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고 이름 지었다"며 웃었다.

구교환은 좀비에게 안부를 물어 폭소케 했다. 그는 "현희(김신록 분)와 현석(지창욱 분)이 정서적으로 연결돼 있다면, 우리 아이들(좀비)과는 동선적, 행위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서영철이 100명이 있는 거다. 함께 연기한다는 게 특별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의 연기를 먼저 보고 영감을 받아서 연기한 적도 있고, 제가 어떻게 연기했으니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함께 만들어간다는 게 든든하고 특별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잘 있지 얘들아, 영상 편지 한 번 남기겠다"라더니 좀비 언어를 구사해 모두를 웃게 했다.
배우 신현빈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신현빈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신현빈은 특별조사팀에 합류한 생명공학부 교수 공설희 역을 맡았다. 공설희는 남편 한규성이 둥우리 빌딩에 갔다가 연락이 끊기자,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자신에게 들어온 특별조사팀 제안을 수락한다. 사태가 왜 시작됐는지 원인을 파악해 생존자들을 구해내고 감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빌딩 밖에서 전심전력을 다한다.

신현빈은 "어떻게 감정의 밸런스를 가져가야 설득력 있을지 고민했다. 전문가로서 전문적인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감정적으로 이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를 잊지 않고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연기 포인트를 짚었다.

극이 전개되며 공설희는 남편의 전 부인인 권세정과 협업한다. 신현빈은 "캐릭터에게도 든든했고 지현 선배에게도 든든했다"라며 전지현에게 고마워했다.
배우 지창욱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지창욱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지창욱은 둥우리 빌딩 보안팀 직원 최현석으로 분했다. 그는 "현석이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됐다. 가족에 대한 생각들, 관계의 취약성에 공감 갔다. 이 작품을 하면서는 현희와의 관계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좀비와의 액션신이 많았던 지창욱은 "현장에서 '좀비'를 만났을 때 경이로웠다. 그 분들의 분장, 움직임이 감탄스러웠다"라며 "좀비 눈을 유심히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다. 덕분에 좋은 리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신록은 하반신 장애인이자 최현석의 누나인 최현희를 연기했다. 그는 "감염자들에 대해서도 재밌게 영화를 봤지만, 그 안에서의 인간군상과 갈등이 재밌었다. 등장인물들은 고유의 조건을 갖고 있다. 또한 각자 생존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배우 김신록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김신록이 '군체'에 출연한다. / 사진제공=쇼박스
연상호 감독은 "좀비 영화를 꽤 많이 만들었는데, '부산행'이나 '서울역', '반도' 같은 작품은 클래식했다. 좀비는 클래식했고 장소는 제한적이었다. '군체'는 좀비 자체에 집중했다. 제가 만든 영화 중에 거의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말했다. 궁금증을 자극하는 엔딩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텐션을 갖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귀띔했다.

'군체'는 오는 21일 개봉 예정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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