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방영 초기 아이유와 변우석의 조합, 현대 입헌군주제라는 독특한 설정, 화려한 영상미로 높은 화제성을 모았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궁 화재 장면의 반복 연출, 전개 과정의 개연성 부족, 입헌군주제 설정의 설득력 부족 등이 지적받았다.
논란은 지난 15일 방송된 11회 즉위식 장면에서 본격화됐다. 왕실 차남 이안대군(변우석 분)이 왕으로 즉위하는 장면에서 신하들은 자주국 군주에게 쓰는 '만세' 대신 제후국 표현인 '천세'를 외쳤다. 이안대군은 황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십이면류관이 아닌 구류면류관을 착용했다.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이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내세웠지만, 실제 장면에서는 과거 중국에 사대하던 제후국 시절 조선의 예법과 복식을 차용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앞서 아이유는 지난 16일 마지막 회 단체 관람 자리에서도 "실망 끼쳐드리거나 미흡한 모습을 보여드린 건 정말 내 잘못"이라며 사과한 바 있다.
주연 배우들이 먼저 사과에 나서자 배우 책임론도 제기됐다. 대본을 읽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설정의 문제를 미리 인지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영향력 있는 배우들이 캐릭터 설정이나 대사, 장면 구성에 의견을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주연 배우는 작품의 얼굴로 대중과 가장 먼저 맞닿는 위치에 있는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다만 배우 개인이 작품의 세계관이나 서사 구조를 바꾸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드라마는 작가, 연출, 제작, 편집, 고증 등 여러 영역이 결합된 집단 창작물이다. 하나의 장면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의사 결정 과정이 필요하고, 이미 대규모 제작비와 편성이 확정된 프로젝트라면 세계관 설정이나 서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영향력 있는 배우들이 캐릭터나 대사에 의견을 내는 사례는 있지만, 드라마는 수십 명 이상의 스태프와 제작 시스템이 움직이는 집단 창작물이기 때문에 배우 개인이 세계관이나 전체 서사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에 참여한 배우가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고증이나 세계관 설정 같은 문제는 기본적으로 작가와 제작진 차원의 검토가 우선으로 이뤄져야 하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21세기 대군부인' 집필을 맡은 작가는 역사 고증 논란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작품의 세계관과 대사, 서사 설계에 핵심 역할을 맡은 창작진의 설명이 부재한 상황에서 배우들의 사과만 먼저 나온 셈이다.
이번 사안은 배우 개인의 책임만으로 정리되기 어렵다. 세계관과 고증을 설계하고 최종 구현한 제작진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논란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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