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신예찬, 최상엽, 조원상, 신광일)는 17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 '2026 LUCY 9TH CONCERT 'ISLAND''(이하 'ISLAND')를 개최했다. 16일부터 이틀간 열린 공연의 마지막 회차다. 루시는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을 시작으로 장충체육관,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까지 공연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장하며 계단식 성장을 이어왔다. 데뷔 이후 진행한 여덟 번의 단독 콘서트를 모두 매진시키며 탄탄한 티켓 파워를 입증한 이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마침내 KSPO DOME 무대에 올랐다. 약 3시간 4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루시는 자신들만의 청량한 밴드 사운드와 서사를 촘촘하게 펼쳐냈다.
공연은 '발아', '개화 (Flowering)', '히어로'로 포문을 열었다. 리프트를 타고 등장한 멤버들은 초반부터 강한 에너지로 객석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히어로' 무대 직전에는 멤버들의 어린 시절 사진과 데뷔 초 모습, 현재의 순간들을 담은 VCR이 흘러나왔다. 지금의 KSPO DOME 무대에 오르기까지 루시가 지나온 시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베이시스 조원상은 "드디어 체조에 입성한 루시입니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고, 보컬 최상엽은 "모든 게 여러분 덕분"이라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번 공연은 무대 연출 면에서도 한층 확장된 스케일을 보여줬다. 루시는 대형 무대 장치와 콘셉트 VCR, 세심한 동선 구성까지 공연 곳곳에 다양한 장치를 녹여냈다. 학생, 의사, 회사원 등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VCR은 공연 중간에 삽입돼 분위기를 환기시켰고, 라디오 형식으로 사연을 소개하는 코너는 멤버들의 솔로 무대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건 돌출 무대를 향해 이동하는 드럼 연출이었다. 보통 밴드 공연에서 드럼은 무대 뒤편에서 중심을 받쳐주는 역할에 머무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뜨거' 무대에서 멤버들이 돌출 무대로 향하는 순간, 드럼 세트 전체가 함께 앞으로 움직였다. 신광일은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만들었다"며 직접 장비를 소개하기도 했다. 밴드 공연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연출은 보는 재미도 더했다.
최상엽은 "공연 시작 전에는 공연장이 서늘했는데 지금은 열기가 엄청나다"며 감탄을 했고 "어제 3시간 반 했는데 오늘은 4시간 가능할까요"라고 외치며 막콘 특유의 들뜬 분위기를 즐겼다. 실제로 멤버들은 러닝타임에 쫓기기보다 이 순간 자체를 오래 즐기려는 듯 여유 있게 무대를 이어갔다.
중반부는 멤버들의 개성과 서사를 살린 솔로 및 유닛 무대로 채워졌다. '전체관람가' 무대 전에는 지난 6년간의 여정을 영화 필름처럼 담아낸 VCR이 무대 전 상영돼 몰입감을 더했다. 이어 신광일은 지난 29일에 발매 된 정규 2집 'Childish' 수록곡 '구구절절'을 라이브로 처음 선보였다. VCR 속 의상을 그대로 입고 등장한 그는 라디오 DJ 콘셉트로 사연을 소개하며 다음 무대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최상엽의 솔로 무대 역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축구 유니폼 스타일링으로 등장한 그는 청량한 보컬과 시원하게 뻗는 음색으로 루시 특유의 청춘 감성을 이어갔다. 조원상은 수트 차림으로 등장해 'Porch Light' 무대를 선보이며 기존의 밝고 청량한 이미지와는 또 다른 성숙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이후 '아니 근데 진짜', '21세기의 어떤 날'에서는 객석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떼창과 점프로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멤버들은 "소리 질러", "뛰어"를 외치며 팬들과 호흡했고, 팬들 역시 공연 내내 에너지를 쏟아냈다. 무대 위와 객석의 경계가 흐려질 만큼 강한 교감이 이어졌다.
이어 최상엽은 "공연장이 커질수록 여러분과 더 많은 걸 나눌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관객들을 보면 행복이 떠다니는 게 보인다. 근심 걱정 없이 즐겨주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고 전했다. 조원상 역시 "4명 모두 성장하고 있다는 걸 공연하면서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루시는 KSPO DOME이라는 대형 공연장에서도 자신들만의 색을 잃지 않았다. 화려한 무대 장치와 스케일 속에서도 공연의 중심에는 네 멤버의 연주와 팬들과의 호흡이 있었다. 바이올린을 앞세운 독보적인 밴드 사운드와 완전체가 주는 시너지, 그리고 약 4시간 동안 식지 않았던 에너지는 루시가 왜 K-밴드씬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한편 루시는 이번 공연 역시 양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탄탄한 티켓 파워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들은 오는 6월 20일 타이베이, 7월 24일 일본 요코하마를 차례로 찾아 단독 콘서트 'ISLAND' 투어의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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