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윤이 행사에 참석해 엄지 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김혜윤에게 교복은 어울리는 옷이었을 뿐 전부는 아니었다. 청춘물의 '첫사랑' 임솔을 지나 307만 관객을 홀린 '호러퀸'으로, 다시 섬마을의 '일 잘하는 막내'로. 앳된 얼굴 뒤에 숨겨진 단단한 내공이 김혜윤의 30대를 열어젖히고 있다.
공포물 특유의 극한적인 감정을 온몸으로 그려낸 김혜윤은 '살목지'로 307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특히 1020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젊은 층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티켓 파워'까지 입증했다. 김혜윤은 음산한 저수지 살목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겪는 심리적 압박과 공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장르적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처절한 사투와 절박한 감정 연기는 감정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선재 업고 튀어'의 김혜윤과 '살목지'의 김혜윤. 반전 이미지로 눈길을 끈다. / 사진제공=tvN, 쇼박스
김혜윤은 동안 미모와 당찬 에너지로 사랑스럽고도 어린 느낌이 강했다. 이에 학생 캐릭터가 더욱 잘 어울렸다. 'SKY 캐슬'부터 '어쩌다 발견한 하루', '선재 업고 튀어'까지 교복은 김혜윤에게 찰떡같이 어울렸다.
하지만 앳된 얼굴과 학생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강점인 동시에 배우로서 확장해 나가야 할 지점이기도 했다. '선재 업고 튀어'의 임솔로 전국에 '선재 앓이'를 불러일으키며 청춘물의 정점을 찍었을 때, 일각에서는 이미지 고착을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영화 '살목지'를 통해 그 우려를 단숨에 씻어냈다. 대중이 사랑하는 명랑한 이미지를 소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처절한 장르물에 도전해 변곡점을 만들어낸 김혜윤의 영리한 선택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김혜윤이 '언니네 산지직송 in 칼라페'에서 똑소리 나는 막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언니네 산지직송 in 칼라페' 영상 캡처
화면 밖 김혜윤의 모습 역시 매력적이다. 현재 방영 중인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 in 칼라페'에서는 인간 김혜윤의 진솔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쟁쟁한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귀여운 막내미를 발산하다가도, 궂은일 앞에서 주저함 없는 '일머리 좋은 똘똘함'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코코넛 수확을 위해 코코넛 나무에도 직접 올라갔다. 예쁜 모습만 보이려 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김혜윤이라는 배우가 가진 건강한 에너지를 짐작게 한다.
앳된 외모와 달리 30살이 된 김혜윤은 성숙한 태도로도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나는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스스로도 갖고 있다"라는 자신감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나리오라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다"라는 포부까지 갖춘 김혜윤. 주체적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는 김혜윤의 행보가 당차다.
탄탄한 발성과 뛰어난 감정 표현력이라는 기본기 위에,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을 두드리는 성실함까지 갖춘 김혜윤. 명랑함과 처절함, 그리고 진솔함을 오가는 김혜윤이 30대의 페이지를 어떻게 채워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