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무속을 다루는 콘텐츠가 반복되고 있다. / 사진제공=디즈니+, tvN
방송가에 무속을 다루는 콘텐츠가 반복되고 있다. / 사진제공=디즈니+, tvN
방송가가 사주·신점 콘텐츠를 하나의 흥행 공식처럼 여기며 지나치게 소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점술을 예능적 장치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출연진의 자극적인 개인사와 격한 리액션을 끌어내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늘고 있다. 여기저기 난무하는 무속 소재에 방송가의 '게으른 기획'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즈니+ '운명전쟁49', SBS '신빨토크쇼' 등 무속인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뿐 아니라 각종 예능에서도 운세·사주·점술 콘텐츠는 익숙한 소재가 됐다. 출연자의 고민 상담이나 운세 확인 등을 이유로 점사를 보는 장면이 반복되며 무속이 하나의 예능 문법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장영란은 프랑스 여행 중 점을 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 사진='A급 장영란' 유튜브 캡쳐
장영란은 프랑스 여행 중 점을 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 사진='A급 장영란' 유튜브 캡쳐
제작진 입장에서 무속은 방송의 재미를 올리는 효율적인 장치다. 무속인과의 상담만으로 출연자의 개인사와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반응과 눈물, 긴장감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에 비해 무속 신앙과 점술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진 2030 시청층의 유입과 화제성도 기대할 수 있어 무속은 방송가에서 선호하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다만 비슷한 형식의 콘텐츠가 잇따르면서 시청자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무속 관련 콘텐츠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 중이다. 202만 구독자를 보유한 웹 예능 '문명특급'은 지난 3월 무속인 노슬비, 이소빈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데 이어 한 달여 뒤 다시 이소빈을 초대해 방송을 진행했다. 두 콘텐츠 모두 '라이브 중 귀신 등장'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워 시선을 끌었다.
'구기동 프렌즈'에서는 출연자들이 단체로 신점을 보는 장면이 담겼다. / 사진='구기동 프렌즈' 방송 캡쳐
'구기동 프렌즈'에서는 출연자들이 단체로 신점을 보는 장면이 담겼다. / 사진='구기동 프렌즈' 방송 캡쳐
관찰 예능에서도 무속은 단골 소재로 자리잡았다. tvN 예능 '구기동 프렌즈'는 출연진이 함께하는 첫 콘텐츠로 점사를 택했다. 특히 배우 안재현이 점사를 듣고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무속이라는 장치를 통해 평소 쉽게 꺼내기 어려운 연예인의 개인사나 아픔이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소비되는 구조다.

구독자 75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A급 장영란' 채널은 올해 들어 세 차례 무속 관련 콘텐츠를 공개했다. 일부 영상에는 '미신을 장려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자막을 덧붙였지만, 반복되는 무속 콘텐츠를 모든 시청자가 단순 오락으로만 받아들일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유튜브처럼 이용자가 선호하는 연예인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플랫폼에서는 점사 결과에 공감하거나 맞장구치는 출연자의 반응이 시청자에게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운명전쟁49'는 순직 경찰, 소방관을 미션 소재로 활용해 비판을 받았다. / 사진제공=디즈니+
'운명전쟁49'는 순직 경찰, 소방관을 미션 소재로 활용해 비판을 받았다. / 사진제공=디즈니+
일부 무속 콘텐츠는 적정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디즈니+ '운명전쟁49'는 순직 경찰, 소방관을 무속인들의 미션 소재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도마 위에 올랐다. 화제성을 좇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설정과 연출이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는 '방송은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사주·점술·관상 등을 다룰 때도 이것이 인생을 예측하는 보편적 방법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작진이 아무리 무속을 단순 재미 요소로 사용한다고 해도 무속 콘텐츠를 다루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속이 반복적으로 소비되고 자극적인 개인사와 불안 심리를 건드리는 방식으로 활용되는 현재의 흐름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 방송의 핵심 재미 요소로 과도하게 소비될 경우 일부 시청자에게는 현실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금처럼 방송가가 무속 소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흐름은 결국 손쉬운 화제성 확보에 기대려는 '게으른 기획'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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