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내 K팝의 영향력은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음악을 즐기는 국내 대중의 저작권 인식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 뮤직 제공, 생성형 AI ChatGPT 생성 이미지
세계 시장 내 K팝의 영향력은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음악을 즐기는 국내 대중의 저작권 인식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 뮤직 제공, 생성형 AI ChatGPT 생성 이미지
세계 시장 내 K팝의 영향력은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음악을 즐기는 국내 대중의 저작권 인식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카페 등 영업장에서 음악을 틀면 사업주는 합당한 대가인 '공연료'(저작권료의 한 부류)를 내야 하지만 징수액은 일본의 4분의 1 규모에 그친다. 제도적 한계와 부족한 저작권 인식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사진=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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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는 공연료로 600억원을 징수했다. 적지 않은 액수로 보이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한참 모자라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저작권협회 'ASCAP'는 지난해 미국 내 공연료로만 총 14억 7100만달러(한화 약 2조 1767억 8580만원)를 징수했다. 일본의 2024년 공연료 징수액은 총 260억 1954만 6000엔(약 2405억 3248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한음저협의 공연료 징수액의 약 4배에 달하는 액수다.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저작권단체 'JASRAC'은 매년 5월 경 성과 발표를 내기 때문에 지난해(2025년) 공연료 징수액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보다 음반 시장 규모가 훨씬 작은 스페인도 국내와 비교하면 2배 수준의 공연료를 걷고 있다. 스페인 음악저작권협회 'SGAE'가 지난해 관리한 저작물의 공연료 수익은 총 7390만 유로, 한화로 1278억 1152만원이다. 최근 국제음반산업협회 'IFPI'가 발표한 '2026 글로벌 뮤직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세계 10대 음반 시장 중 7위에 올랐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위와 2위였지만 스페인은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진제공=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진제공=한국음악저작권협회
업계에선 국내 저작권료 징수가 부족한 이유로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을 지목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별도의 입장료 등 대가를 받지 않는 한, 상업용 음반을 매장에서 무료로 재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대형마트, 유흥주점, 커피전문점 등 일부 특정 업종에서만 '예외적으로' 저작권료를 징수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했다. 다수 관계자들은 "이 조항 때문에 사실상 대다수 일반 매장에선 음악을 '무료로'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창작자의 수익 창출을 가로막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국가의 자영업자들은 영업장의 종류와 상관 없이 가게마다 월 최소 3~4만원을 공연료로 지불한다. 만약 내지 않고 적발되면 신고당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법적 문제가 없으려면 저작권 관리 단체마다 공연료를 따로 내야 하는데, 이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온라인 서비스가 널리 쓰이고 있다. 주요 10개 서비스를 비교해 본 결과 매달 작은 카페 기준, 평균 26달러(한화 약 3만 8474원) 정도를 내면 된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 매장에선 음악 저작권료(공연료)를 지불하지 않을뿐더러, 지불하더라도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4000원(한음저협에 2000원, 실연자 등에게 2000원) 가량을 낸다.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요금 징수 대상이 되는 자영업자들 역시 "이 제도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똑같이 커피를 파는 카페를 운영하는데 빵, 파스타, 샐러드 등 음식 메뉴를 더하면 업종이 '제과점' 혹은 '음식점'으로 바뀌어 저작권료 징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자영업자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문제다.
에스파/ 사진 제공=SM
에스파/ 사진 제공=SM
이 때문에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5대 3의 의견으로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 내렸다. 음반에 대한 대중 접근성을 높여 문화적 혜택을 누리게 하는 공공 이익이 더 크고, 저작권료를 내도록 했을 때 소상공인의 금전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반대 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대중의 문화적 혜택 증가가 불확실한 데다, 침해되는 창작자의 권리가 훨씬 중대하므로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전후로 국제 사회에선 국내의 공연료 징수액이 적다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18년 영국 음악저작권관리단체 PRS는 이 법 조항이 국제 조약에 위반된다면서 규정을 재검토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은 "이 조항은 국제법과 한국의 법 체계가 보장하고 있는 '저작물 사용을 허락하고 공정한 보상을 받을 창작자의 기본적 권리'를 훼손한다"면서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전면 폐지를 요구했다.

법 조항을 재검토하는 일만큼 중요한 건 국내 대중의 저작권 인식 개선이다. 현재 '커피 한 잔' 가격조차도 징수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일부 사업주로부터 물리적으로 위협받는 등 어려움이 있다. 대중의 문화적 혜택이 중요한 건 맞지만, 창작자의 권리 또한 중요하다. 매장마다 3만원은 크지 않은 돈이지만, 전국의 매장에서 징수한 금액을 더하면 창작자에게 돌아가게 될 공연료는 막대해진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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