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신'에서 주인공 신주신 역할로 열연한 배우 정이찬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드라마 '닥터신'에서 주인공 신주신 역할로 열연한 배우 정이찬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정이찬이 극 중 역할에 이입하기 위해 1년 가까이 작품 속 인물과 비슷한 환경처럼 지냈다고 고백했다. 잠꼬대로 뇌 관련 이야기까지 했다는 그는 "부끄럽지만 '주며든다'는 유행어도 탄생했다"며 작품과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했다.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텐아시아 사옥에서 TV조선 주말드라마 '닥터신'(연출 이승훈)으로 열연한 주연 배우 정이찬을 만났다.

'닥터신'은 천재 의사가 사랑하던 여자가 우연한 사고를 겪은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 멜로다. 이른바 '막장 대모'라고 불리는 임성한 작가의 3년 만의 복귀작이자 첫 의학 드라마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이찬은 "작가님의 작품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씩은 다들 봤다고 한다. 모르시는 분들도 특정 장면은 기억하시는 경우가 있으시다"라며 "작가님의 작품들이 워낙 파격적이다 보니 꼭 하고 싶었다"고 오디션에 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사진=TV조선 '닥터신'
사진=TV조선 '닥터신'
임 작가의 복귀작이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은 촬영 현장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정이찬은 "이번 작품도 관심과 우려가 많았다.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너는 그냥 신주신이야' 하면서 항상 믿음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작품은 극 초반부터 여주인공 모모(백서라 분)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뇌를 이식한다는 '뇌 체인지' 설정을 그리면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정이찬은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영혼이 바뀌거나 유체 이탈 등의 소재가 다뤄지지만, 두개골을 열어서 뇌를 바꾸는 작품은 저도 처음 접했더"며 "또 그 집도의 역할을 제가 맡게 됐으니 대본을 받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이찬은 "파격적인 소재의 드라마고,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많이 써오셨던 작가님의 작품이기 때문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도 "뇌 바꾸는 장면이 빨라 봐야 3~4화쯤에 나올 줄 알았는데 1화부터 뇌 체인지가 시작돼서 쓰시려는 이야기 자체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의 캐스팅 소식에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축하와 걱정이 섞였다. 정이찬은 "대사나 장면에 대한 걱정 보단, 제 개인을 향한 우려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태 작가님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에 비해 주연 배우들의 연령대가 전체적으로 낮아졌다. 또, 등장인물도 적은 편이라 제가 지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TV조선 '닥터신'
사진=TV조선 '닥터신'
정이찬은 극 중 뇌 수술 권위자이자 천재 의사 신주신 역으로 분했다. 오디션을 위해 중고 거래 앱에서 의사 가운까지 구매했었다는 그는 "작가님께서 신주신 캐릭터를 명확히 그려놓고 계셨다. 장발 이미지에 낮은 목소리의 인물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신주신 캐릭터는 냉철한 의사이면서 자신을 둘러싼 여자들에게 감정적인 집착을 보이는 인물이다. 정이찬은 "작가님이 주신이의 행동까지 섬세하게 머릿속에 전부 그려놓으셨다"면서 "카리스마와 무게감을 원하셨다. 어떤 분야에서 정점을 찍어본 사람들이 매 순간 힘을 주고 있지 않듯, 힘을 빼고 상대를 내려보는데 그게 건방진 건 아닌 느낌을 원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떠올렸다.

정이찬은 신주신 역할에 다가가기 위해 성형외과, 치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를 만났다. 그는 "수술과 밀접한 선생님들이실수록 확실히 차갑고 냉철한 면들이 있으셔서 그런 쪽으로 접근했다"고 했다. 이후부터 정이찬은 임 작가, 이 감독과 함께 거듭 "왜?"라는 질문을 붙여가면서 신주신 캐릭터를 잡아갔다.

촬영장 밖에서도 신주신의 삶을 이어갔다. 정이찬은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지내지만, 촬영 당시에는 '주신이처럼 혼자 살아봐야겠다' 싶어서 비어 있는 친한 형 집에 대신 들어가서 지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덕분에 이름도 신주신으로 많이 불렸다며 웃었다.

긴 머리를 싹둑 자른 정이찬은 "거의 1년을 주신이와 비슷하게 지냈다. 촬영하면서 사람도 안 만나고 현장과 운동만 오갔다"며 "심지어 잠꼬대로 뇌 얘기도 했다. 그 결과 부끄럽지만 '주며든다'는 유행어도 생겼다. 주신이에게 애정이 많이 생겨서 사실 머리도 안 자르려 했다"고 첨언했다.

임성한 작가 특유의 대사 스타일도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뇌만 찌지 마", "(배)부른데", "넌 이 오빠 생각(한 적 있어?)" 등 대사는 패러디가 되기도 했다. 정이찬은 "제가 바라에게 '갈까? 올래?'라고 말하는 대사를 웃기게 제작해 주셨더라. '라면? 있어?', '물 올려?', '김치 꺼내?'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며 고마워 했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이번 '닥터신' 출연으로 정이찬은 임 작가 스타일에 푹 빠진 듯 보였다. 그는 "뇌 체인지라는 소재로 말이 많았지만 한 번 중독되면 힘들다"면서 "배우들도 파격 전개에 서서히 무뎌졌고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본을 읽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나도 모르는 사이 빠져든다.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마음을 이끌어내서 흡입력이 대단하신 것 같다"고 표현했다.

정이찬은 솔직하면서도 사랑꾼인 주신이가 시청자들에게 미움받지는 않을까 걱정했다고. 그는 "생각과 달리 주신이의 로봇같은 감정들이 나올 때마다 좋아해 주시면서도 짠하게 봐주셨다. 그래서 너무 영광이고 반응들 하나하나 모두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정이찬, 그는 예명의 의미에 대해 "좋은 인품을 가지고 많은 사람을 모은다는 뜻이 담겼다"고 했다. 2023년 드라마 '오아시스'로 데뷔해 이제 3년차를 맞았다. '닥터신'으로 서른 중반 의사의 절제된 사랑을 표현한 정이찬은 차기작 속 자신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그는 "실제 나이인 20대로 돌아가서 풋풋하고 귀여운 사랑도 해보고 싶다"며 "또 많은 분들께서 사극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씀도 해주셔서 이 장르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피력했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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