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정세가 행사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오정세가 행사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DB
드라마 속 '판타지 남편'들이 뛰어난 재력과 완벽한 외모로 시청자를 유혹할 때, 배우 오정세는 친숙한 시선에서 '현실 남편'을 그려낸다. 지질하고 하찮고, 때로는 지독한 자격지심에 몸부림치지만 이상하게 미워할 수 없다. 오히려 그의 허술함은 시청자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며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부터 최신작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까지, 오정세는 '못난 남편' 연기의 1인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오정태는 현재 방영 중 JTBC 드라마 '모자무싸'에서 박경세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경세는 개봉작을 5편이나 가진 영화감독이지만 20년째 데뷔 못한 친구를 시기하며 묘한 우월감을 갖고 있다. 또한 아내 고혜진(강말금 분)의 눈치를 보는 불안정한 인물이다. 아내는 열등감 덩어리인 남편의 모습에 이혼까지 고민하기도 한다. 서글픈 오정세와 서늘한 강말금의 리액션이 만나면서 드라마의 텐션이 생긴다. 친구에게 "난 니가 영원히 데뷔 못 했으면 좋겠다"라며 내뱉은 지독한 진심은 인간의 밑바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캐릭터의 '추악한 속내'가 오정세의 현실감 있는 연기와 만나면서 이야기의 설득력을 부여한다.
배우 오정세가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열등감 가득한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 사진제공=SLL
배우 오정세가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열등감 가득한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 사진제공=SLL
오정세는 그간 여러 작품으로 '지질한 남편' 연대기를 만들어왔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유능한 아내 홍자영(염혜란 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무능한 남편 노규태로 분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특히 "나도 존경받고 싶었어! 자영이 너한테 말고, 그냥 세상한테!"라며 울부짖던 대사는 가정 내 입지와 사회적 성취 사이에서 갈등하는 평범한 남성들의 서글픈 이면을 꿰뚫었다.

염혜란과는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또 한 번 부부로 재회하며 전우애에 가까운 끈끈한 부부애를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같은 작품 속 두 번째 아내인 엄지원과는 또 다른 색깔의 케미를 빚어냈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엄지원과 헐겁고 투박한 오정세의 대비는 애틋한 현실 부부의 감정을 완성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한 장면.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한 장면. /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정세가 지질한 남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건 '좋은 아내들'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본기가 탄탄한 오정세와 우먼 파워를 자랑하는 여배우가 만나면서 좋은 시너지가 발생했다. 오정세는 상대 배우의 매력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연기력으로 리얼한 부부 케미를 빚어냈다. 어떤 상대역을 만나도 그 부부 캐릭터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오정세가 그리는 남편들은 결코 멋지지 않다. 오히려 어리숙한 행동과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의 약점을 노출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완벽한 판타지보다 자신의 허물과 닮은 그의 '못난' 연기에 빠져든다. 지질함으로 대중의 호감을 얻어내고 있는 오정세. 그의 '못난 남편' 연기가 앞으로 또 어떤 배우와 만나 새로운 '인생 부부'를 탄생시킬지 기대가 모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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