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윤이 영화 '누룩'으로 장편 영화 연출에 데뷔한다.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장동윤이 영화 '누룩'으로 장편 영화 연출에 데뷔한다. / 사진=텐아시아DB
"솔직히 이번에 준비하면서 감독이라는 직업과 한 발짝 더 멀어진 것 같아요. 고통의 과정이 있더라고요. 하하."

배우 장동윤이 영화 '누룩'의 메가폰을 잡으며 장편 영화 첫 연출에 도전했다.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윤은 연출자로서 겪은 산통과 성장의 기록을 털어놨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누룩'은 양조장 집 딸이자 막걸리를 사랑하는 여고생 다슬이 사라진 누룩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누룩'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팬데믹 기간 중 떠올린 장동윤의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됐다.

"과거 사스가 유행할 때 김치가 예방에 좋다는 속설이 있었잖아요. 코로나 팬데믹 때 이를 퇴치하는 특별한 효능의 막걸리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구상을 시작했어요. 현재는 금주한 지 오래됐지만, 원래 주종 중 막걸리를 가장 좋아했죠. 대학교 때 선배들이 막걸리를 많이 마셔서 친숙했고, 발효와 증류 과정이 신기해서 책을 사서 전통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어요."
영화 '누룩'은 여고생 다슬이 사라진 누룩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영화 '누룩'은 여고생 다슬이 사라진 누룩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현장에 선 그는 '책임감의 무게'를 실감했다. 장동윤은 "모든 이들이 저에게 정답을 물어보는데, 사실 저에게도 정답은 없었다"며 "하지만 정답이 있는 척해야 하는 상황들이 심적으로 큰 부담이었다"고 고백했다.

"전체를 책임지는 감독님의 입장을 알고 나니, 감독님은 모니터 앞에서 정답지를 펼쳐놓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더욱더 철저히 감독님 말씀을 따라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원래 감독님의 말씀을 나름대로 잘 듣는 편이었습니다. 하하."
영화 '누룩'의 감독 장동윤.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영화 '누룩'의 감독 장동윤.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자신만의 연출 소신도 있었다. 배우들에게 모든 걸 이해하게 시키기보다는 즉각적인 표현을 더 강조한 것. 그는 "현장에는 시간과 물리적인 제약이 있다"며 "나도 신인 때 감독님께 '왜 이렇게 해야 하나요?'라고 했다가 감독님한테 '너는 네가 납득돼야 연기하지?'라며 고집피운다는 얘길 들었던 적 있다"라고 말했다.

"저보다 경험 적은 후배 배우들한테는 '얘가 또 개똥철학을 부리고 있구나' 생각하고 넘겼어요. 하하. 배우들도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연기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는 걸 알아요. 하지만 예술적 욕심에 빠져 시간을 끌기보다, 연출자가 구축한 세계 안에서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때가 있어요. 사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표현해달라'고 했다가 크고 작게 한번씩은 배우들과 부딪혔죠. 하지만 처음엔 의구심을 갖던 배우들도 나중에는 '감독님 말 들을 걸 그랬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장동윤이 '누룩' GV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장동윤이 '누룩' GV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장동윤은 이번 작품에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심었다. 그러다 보니 난해하고 직관적으로 다가가기 어렵다는 단점이 관람 장벽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인디 감성'을 택한 장동윤의 전략이었다. 그는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고 다양한 해석을 하는 것이 제가 의도한 바"라며 "결국 이 작품은 무언가에 대한 '믿음'에 관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주류 상업 영화는 이미 잘하시는 감독님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경쟁력 없는 영역에서 꾸역꾸역 하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죠."

차기 연출작에 대해서는 "아직 기약은 없지만, 다시 기회가 온다면 감당할 수 있는 규모 안에서 시간을 두고 더 철저히 준비하고 싶다"며 진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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